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상속세 완화에 반대해 온 민주당에서 상속세 완화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7일 민주당 의원들과 세무사회·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상속세 최대 주주 할증 제도를 폐지하면 기업가 정신이 고양되고 기업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다”면서 “스웨덴처럼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소득세로 전환하는 방안도 생각해 보자”고 말했다. 자본소득세란 자산을 상속할 때 바로 과세하지 않고 상속 자산을 처분할 때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다.

민주당 황희 의원도 “최대 60% 상속세 때문에 불법·편법 상속이 매번 문제가 되고, 중소기업 경우 가업 승계를 포기하고 폐업을 선택하기도 한다”면서 상속세 완화 또는 일부 폐지를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상속세를 부과할 때 평생 납부한 종합소득세를 세액 공제해 줘야 한다”면서 상속세 완화안을 제시했다. 합리적인 견해다.

한국의 상속세는 세율(50%)이 너무 높은 데다, 최대주주 할증(20%)까지 있어 최대 60%까지 부과된다. 단연 세계 최고 세율이다. 상속세를 세 번 내면 경영권이 사라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징벌성 세금이 됐다. 상속세를 세 번 내면 피땀 흘려 일군 기업을 국가나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다면 그것은 자유시장경제도 아니다. 거의 국가의 약탈과 다름없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국 중 스웨덴·노르웨이·캐나다 등 15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다. OECD 회원국 전체 평균 상속세율은 13% 수준이다. 상속세율이 55%인 일본 경우 2018년부터 일정 요건을 갖추면 상속세를 면제해 주는 사업 승계 특례 제도를 운영해 충분한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세금 폭탄’ 상속세는 가업 승계를 방해하고, 경영권 방어 비용을 높여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일본엔 100년 이상 장수 기업이 3만3000개, 독일엔 4900개나 있는데, 한국엔 7개뿐이다. 윤석열 정부는 가업 승계 공제 적용 대상을 연 매출 4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올리고, 최대 공제 한도를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리는 상속세법 개편안을 마련했지만,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업 대주주들은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팔아야 하지만 경영권 문제 때문에 팔 수도 없는 경우가 많다. 삼성그룹 대주주들은 그래서 은행에서 엄청난 빚을 내고 있다. 빚내서 세금을 내야 한다면 그것을 세금이라고 할 수 있나. 세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자본이득세로의 전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에서도 개편 필요성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하루빨리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상속세 완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기업들을 이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줘 더 많은 이익을 내게 하면 상속세의 몇 배, 몇 십 배의 법인세를 내게 돼 사회 전체적으로도 훨씬 더 큰 이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