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도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 물밑에서 바쁘게 뛰고 있다. 기업인들이 서로 만나 교류하는 게 자연스럽고 관계 개선에도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일본 출장 횟수를 늘리며 일본 내 비즈니스 네트워크 강화에 힘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오는 봄 일본 주요 고객사를 방문하는 신춘 인사회도 열 계획이다. 지난해 7월에는 방한한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장(스미토모화학 회장)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한일 기업 간 교류 활성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히가시와라 도시아키 게이단렌 부회장 겸 히타치그룹 회장과도 한남동 승지원에서 오찬을 하며 협력을 위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삼성전자 일본 법인도 일본의 주요 부품·소재 협력업체 대표들을 초청해 ‘감사의 날’ 골프행사를 열고 있다. 양국 정치 관계가 최악이었을 때도 이런 노력 덕분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회복하며 일본 샤프를 꺾고 2위 자리를 되찾았다. 최근 삼성은 일본에서 ‘갤럭시’라는 이름으로 마케팅해 오던 것을 ‘삼성’으로 다시 바꾸고 있다.

2019년 연말부터 일본 ‘도쿄 포럼’을 시작한 SK그룹은 도쿄 포럼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SK그룹의 최종현 학술원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제한,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하자 민간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 도쿄대와 공동으로 이 포럼을 시작했다.

경제단체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일경제협회는 오는 5월 15~16일 ‘격동하는 비즈니스 환경, 새로운 미래를 함께 창조’를 주제로 서울에서 제55회 한일경제인회의를 열 계획이다. 한일 양국 경제 행사 중 최대 규모로 4년 만에 대면으로 열리는 만큼 한일 비즈니스 관계 회복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