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세감면율 예상치가 14.39%인데 기획재정부가 “14.3%로 법정 한도 이내”라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그간 국세감면율 계산에서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했는데 올해는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버림’을 하는 식으로 숫자를 꿰맞췄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4년간 국세감면율을 항상 ‘반올림 방식’으로 계산했다. 기재부가 올해 감면율을 이례적으로 ‘버림 방식’으로 계산한 것은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2022년도 총수입 예산안 분석’에서 확인됐다.

국세감면율이란 비과세, 세액공제·감면, 소득공제 등으로 깎아 주는 세금이 전체 세수에서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정해 놓는 것이다. 직전 3년치 국세감면율 평균에 0.5%포인트를 더한 비율이다. 선심성 감세 등으로 세수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재정법으로 만들어 놓은 장치다.

◇반올림 방식이면 14.4%라 한도 위반

24일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8월 말 ‘2022년 조세지출예산서’를 통해 올해 국세감면율이 14.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국세감면율 법정 한도(14.3%)와 같은 숫자다.

국세 감면율 법정 한도와 예상치/기획재정부와 예산정책처의 국세 감면율 계산법

기재부가 예상한 올해 국세감면액은 55조9366억원이다. 국세 수입 총액을 332조7157억원으로 전망했기 때문에 국세감면율은 14.39%가 된다. 다른 해처럼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할 경우 14.4%가 되며, 올해 법정 한도는 14.3%라서 한도를 넘어선다.

2019년과 2020년 연속으로 국세감면율 법정 한도를 넘겨 올해까지 한도를 넘길 경우 3년 연속 위반이 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획재정부가 국세감면율 소수점을 처리할 때 ‘버림’ 방식을 사용한 것은 올해가 유일하며, 다른 해에는 반올림 방식을 사용해 왔다고 예산정책처는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특히 이번 연도에 국세감면율 계산 방식을 ‘반올림’에서 ‘버림’으로 변경함에 따라 2021년 국세감면율 전망의 법정 한도 초과 여부에 대한 판정이 달라진다”며 “이번 연도에 산출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재부는 국세 감면 한도 자체를 계산할 때 소수점 둘째 자리는 ‘버림’으로 처리하라는 시행령 규정을 따랐다고 해명했다. 그럼 왜 그동안은 ‘반올림’을 해왔는지, 해당 규정은 국세감면 한도를 정할 때 쓰는 방식인데 왜 특정 연도의 감면율 수치를 계산할 때 버림 방식을 사용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정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 반올림 방식을 써온 것은 관행적으로 그랬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동안은 국세감면율 법정 한도와 실제 감면율이 큰 차이가 났기 때문에 ‘반올림’을 하느냐 ‘버림’을 하느냐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올해는 ‘버림’으로 처리하면 한도를 맞출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됐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세감면율 법정 한도 준수 여부는 국가재정법상 강행 규정이 아닌 권고 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가 통계·실적 관련 논란 자초

지난 6월에는 공공기관 평가 채점 오류로 체면을 구긴 기재부가 이번에는 고의적으로 숫자를 바꾸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재정 건전성을 생각하는 재정 당국이라면 사람들에게 인기는 없을 수 있겠지만 비과세 감면 등을 축소해 국세감면율 한도를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숫자 처리 방식을 바꿔 한도를 맞추려다 보니 생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소득 통계 추산 등과 관련해 온도 차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진 통계청장을 전격 경질했고, 소득 주도 성장의 효과 등에 대해 “90%는 성공했다”는 아전인수식 통계 해석을 하는 등 정부 공식 발표 숫자와 관련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런 식의 꿰맞추기식 숫자 발표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