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평(약 400㎡)이 넘는 창고에 꼭꼭 숨겨둔 마약을 2분 만에 찾아내는 걸 보면 어찌나 기특한지 몰라요.”

지난 1일 남궁민 경위와 마약 탐지견인 래브라도 리트리버 '아미고'. /이태경 기자

경찰인재개발원 남궁민(48) 경위는 지난 1일 마약 탐지견 ‘아미고’를 안아주며 이렇게 말했다. 아미고는 이날부터 3일까지 인천 영종도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훈련센터에서 열린 ‘제9회 관세청장배 탐지견 경진대회’에 참가해 마약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제한 시간 10분 안에 창고에 숨겨둔 마약을 가장 많이 찾아냈다고 한다.

아미고는 경찰인재개발원(송병일 원장)이 내년부터 개설할 ‘마약 탐지견 양성 과정’ 프로그램의 교관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1호 교관’ 아미고는 탐지 교육견들에게 마약 수색 시범을 보여주는 역할을 맡는다. 아미고 운용요원인 남궁 경위는 “사람과 비교해 최대 1만배 이상 후각이 발달한 마약 탐지견은 0.1g 수준의 마약도 탐지할 수 있다”며 “교관이 될 아미고는 마약견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인 아미고는 2021년 10월생이다. 최근 4개월 동안 경찰견종합훈련센터에서 필로폰 등 마약류 5종 식별을 위한 집중 훈련을 받았고, 지난달 27일 최종 테스트에서 마약 탐지견 합격 판정을 받았다.

경찰의 마약 탐지견 양성 프로그램 개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폭발물 탐지견이나 수색견 중 필요에 따라 몇 마리를 뽑아 마약견으로 전환했다. 현재 경찰이 보유한 경찰견 중 155마리는 폭발물 탐지견, 25마리는 수색견이다. 마약 탐지견은 두 마리뿐인데, 폭발물 탐지견 출신으로 올해 초 주특기를 전환했다고 한다. 2016년 1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소속 ‘큐’가 은퇴하면서 6년 동안 경찰 소속 마약견은 한 마리도 없었다.

경찰은 탐지견 양성 프로그램으로 육성한 마약견들을 전국 시도청에 배치해 마약 범죄에 발 빠르게 대응할 계획이다. 경찰인재개발원 오성진 경찰견종합훈련센터장은 “다크웹,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이 쉽게 거래되면서 도시 곳곳이 마약 은닉 장소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경찰 눈만으로 마약을 찾아내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마약 탐지견의 활약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했다. 올해 8월까지 검거된 마약 사범은 1만2700명으로 역대 최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