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범종

최응천 지음 | 미진사 | 584쪽 | 4만원

“어린아이를 공양했다는 내용은 중생을 제도하는 자비심의 상징이라는 종 조성 목적에 전혀 맞지 않는다. 인체의 성분이 70% 이상 물로 이뤄졌기 때문에 사람을 공양해 쇳물에 넣으면 처음부터 종이 깨져 완성할 수 없게 된다.” 성덕대왕신종을 더 이상 ‘에밀레종’으로 부르면 안 된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 종이 “당대 최고의 건축·과학·조각 기법이 총동원된 걸작품으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종”이라고 평가한다.

범종(梵鐘)이란 절에서 대중을 모이게 하거나 시각을 알리고자 치는 종이다. 한국 전통 금속 공예의 최고 경지이자 맑고 깊은 소리로 천년을 이어온 예술 장르가 범종이다. 이 분야의 국내 권위자인 저자는 동국대 교수이자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인데, 드디어 한국 범종을 집대성한 이 아카이브와도 같은 저서를 냈다. 국내외에 있는 우리 범종 363점을 상세히 분석하고 타종을 멈춘 범종을 포함한 41점의 종소리 QR코드도 넣었다.

한국 종은 아랫부분이 오므라드는 구조 덕에 울림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아 긴 울림소리를 남기는 특징이 있다고도 했다. “새벽 산사에서 울리는 범종 소리를 듣노라면 모든 세속적 번뇌를 내려놓고 누구라도 부처가 될 수 있을 듯하다”는 저자의 말엔 그런 비밀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