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의 한 고려 시대 무덤에서 가위, 젓가락, 먹, 동전이 출토됐다. 젊어서 죽은 아들을 위해 평소에 쓰던 물건을 어머니가 함께 넣어 준 것이다. 먹에는 ‘단산오옥(丹山烏玉)’이란 글자가 새겨졌다. 지금의 단양인 단산에서 만든 먹은 당시 최고급품이었다. 이 네 글자의 기록은 사랑하는 아들이 저승에서도 글을 지으며 평안하길 바라는 간절한 모정이 담겨 있다.

/김지호 기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국립청주박물관·국가기록원과 함께 광복 80주년 특별전 ‘기록, 메모리 오브 유’<사진>를 7월 6일까지 서울 광화문 앞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때론 종이 한 장, 글자 몇 자에 불과한 사람들의 기록이 세월을 건너뛰어 보는 이들의 희로애락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역사의 중요한 순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게 해 주는 전시다.

일기, 편지, 문학 작품, 공문서 등 100여 점의 전시물 중에는 구석기시대의 ‘눈금돌’부터 효종이 송시열에게 보낸 비밀 편지, 국민의 나라로 전환되는 순간을 담은 ‘대한민국 임시약헌’, 월남전 참전 군인이 가족에게 보낸 ‘바나나 잎 편지’ 등이 포함됐다. 또 대한민국 정부의 출발을 알리는 ‘1948년 관보 제1호’, 한용운의 ‘님의 침묵’ 초판본, ‘고바우 영감’의 작가인 김성환 화백의 작업 도구 등 다채로운 유물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