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한·중 수교 30년 기념사에서 “양국 관계는 1992년 수교 이래 정치·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비약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면서 “미래 30년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주석님을 직접 만나고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 방한과 한·중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풀이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수교 30주년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자”고 했다. 또 “양국은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면서 “대통령님과 함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했다. 양국 정상이 동시에 회담 의지를 공개 표명한 것이다. 시 주석이 최근 대면 외교를 재개한 만큼 시 주석 방한이나 윤 대통령 방중 가능성이 있다. 올해 11월 인도네시아 주요 20국(G20) 회의나 태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크다.
한·중은 이날 서울 포시즌스 호텔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17호각에서 수교 30년 공식 기념식을 동시에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양국 정상 축사를 교환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각각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의 축사를 대신 읽었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한·중 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할 뿐만 아니라 문화 역사적으로도 오랜 유대 관계를 맺어왔다”며 “수교 이후 교역량은 지난해까지 50배 가까이 성장했고 인적 교류도 수십배 증가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수교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한·중 관계 발전을 이뤄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한 것을 거론하며 “앞으로 한·중 양국이 상호 존중의 정신에 기반해 새로운 협력 방향을 모색하면서 더 성숙하고 건강한 관계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고위급 교류를 활성화하고 공급망을 비롯한 경제 안보 문제, 환경,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강화해 양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달성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더욱 긴밀히 협력하길 기대하며 중국 측이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해 주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시 주석은 축사에서 “중국과 한국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영원한 이웃이고, 양국 국민 간의 우호적 왕래의 역사가 매우 유구하다”며 “나는 중·한 관계 발전을 매우 중요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님과 전략적 의사 소통을 강화하고 수교 30주년을 새 출발점으로 양측이 큰 흐름을 잡고 장애를 배제하며 우정을 다지고 협력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감으로써 양국 관계의 더 아름다운 미래를 열고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고자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또 “현재 백 년 만의 대변화 국면과 세기적인 팬데믹이 겹쳐 전 세계는 요동치고 큰 변혁이 일어나는 새 시기에 들어섰다”며 “이 중요한 시기에 중·한 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같은 배를 탄 것처럼 한마음으로 협력해야만 위기를 극복하고 어려운 고비를 넘을 수 있다”고 했다.
양국 총리도 이날 축사를 교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신정부 출범 후 양국 간 긴밀한 고위급 소통 및 교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를 비롯해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문화 콘텐츠의 활발한 교류, 기후변화와 미세 먼지 등 환경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풍성히 거두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을 가속해 나가는 한편,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자간 역내 협의체에서 디지털, 경제무역 협력을 더욱 심화하고, 항공편 증편을 통해 양국 국민 간 인적 왕래가 더욱 활발해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한중은 이사갈 수 없는 영원한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면서 “그간 양측 공동 노력 하에 관계가 전면적으로 빠른 발전을 달성해 양국과 국민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고, 지역 평화·안정 및 발전·번영에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교 30년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고 교류와 협력을 심화해, 한·중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 발전을 추진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왕이 부장과 함께 1000㎞ 떨어진 서울과 베이징에서 양 정상의 축하 메시지를 동시에 전해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30년 전 세계는 탈냉전의 격변기 속에 있었는데, 당시 양국 지도자는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고 한·중 수교라는 역사적 선택을 내렸다”면서 “13만명에 불과했던 인적 교류가 코로나 이전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약 80배 증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조업 중심의 상호 보완적 분업 협력이 최근 미래 첨단 분야에서의 호혜적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지혜와 통찰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양국 간 전략적 소통 강화로 현안에 솔직하고 건설적으로 대화해 서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베이징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양국 우호 교류 및 협력을 더 심화해 한·중 관계가 시대와 함께 발전하고 안정적으로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기여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중 외교장관 회담 때) 박 장관이 공자의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다른 사람과 어울리되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는 것)을 인용해 중·한 관계를 말했는데, 우리는 군자신이성지(君子信以成之·군자는 믿음으로써 완성된다)라는 말을 추가하고 싶다”며 “더 안정적이고 튼튼하며 장구한 신뢰와 협력을 구축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