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4일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금융 위기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 현상과 관련해 “과거 위기 상황에 비해 우리 경제의 대외 재무 건전성은 많이 개선됐지만, 결코 방심할 수 없다”며 “(지난 5월 13일 첫 회의에서) 전망한 것보다 국내외 거시 상황이 조금 더 어렵게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 가격 상승과 무역수지 적자 폭 확대 등을 거론했다.

대화 나누는 추경호 장관과 김은혜 수석 - 추경호(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 농산물수급종합상황실에서 열린 거시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김은혜(왼쪽)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오늘 회의)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금융·외환시장 안정, 수출 확대, 무역수지 개선, 물가·민생 안정 등 당면 현안과 리스크 대응책을 세밀하게 챙기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민간 전문가들을 향해 “현장에서 감지되는 문제점들을 언제든 전해달라”며 “실시간 소통하며 즉시 필요한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참모들에게는 “시장에서 매일매일 현실과 부딪히는 분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리스크를 관리해달라”고 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에서 “최근 환율 급등은 달러 강세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무역수지 적자 중에도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불안 심리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42.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3.4원 내리긴 했어도 이틀 연속 1340원대를 기록했다. 외환 위기 시절인 2009년 4월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작년 연말 환율(1188.8원)에 비하면 올 들어 원화 가치가 12.9% 하락한 것이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유, 원자재, 곡물 등을 수입할 때 더 많은 달러를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수입품이 비싸져 물가를 자극하고, 무역 적자가 커지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6.3%로 24년 만에 최고치다. 올 들어 무역 적자는 이달 20일까지 254억7000만달러(약 34조2000억원)로 연간 무역 적자가 역대 최대였던 1996년의 적자 폭(206억2400만달러)을 이미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