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청호 안에 있는 작은 무인도. 생김새가 고래를 닮아서 이름이 ‘고래섬’인 이곳이 눈이라도 쌓인 듯 하얗게 변해 있다. 얼핏 근사해 보이지만, 사실은 고래섬에 둥지를 튼 민물가마우지 1000여 마리의 배설물 흔적이다. 요산 성분이 많은 배설물 때문에 백화 현상이 나타나서 나무와 풀이 죽고 토양도 황폐해졌다.
민물가마우지는 원래 겨울 철새였는데 대청호가 서식지로 환경이 좋았는지 떠나지 않고 텃새로 자리 잡았다. 그러자 골칫거리가 생겨났다. 하루에 물고기를 7kg 먹는 대식가라 인근 어족 자원이 고갈되기 시작했고, 고래섬은 하얀 배설물로 뒤덮였다. 지자체는 퇴치 방법을 고민했다. 그런데 섬의 나무를 베어내면 새들이 거처를 도심으로 옮겨 가 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줄 위험성이 제기됐다. 그렇다고 새들을 무작정 잡을 수도 없다. 뾰족한 수가 없는 난제가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