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김태훈 원장

요즘 문화예술 분야를 후원하는 대표 기업들이 관심 쏟는 분야가 바로 공예(工藝)이다. 최근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코리아가 향후 5년간 재단법인 예올의 후원사로 참여해 장인(匠人)과 공예가의 공예품 기획·개발, 생산·배포를 지원하기로 했다. 재단법인 예올은 우리 전통문화의 바른 이해를 돕고 문화재 보호 운동에 앞장서는 비영리단체로 북촌 예올가에서 그 첫 번째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올가을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프리즈 서울 2022′ 상륙 때에도 리움미술관·아름지기·우란문화재단·발베니·아모레 설화수 등이 주목한 분야 또한 ‘공예’였다.

이렇듯 올해는 우리나라 공예가 끝없이 비상(飛上)하는 한 해였다. 5회째를 맞이한 ‘2022년 로에베 재단 공예상’이 최초로 우리나라를 시상식 무대로 삼았다. 이뿐만 아니라 최종 후보 중 결승에 진출한 15개 국가와 지역 출신 작가 중 무려 7명이 대한민국 출신이며 그 중심에는 우승한 정다혜 작가가 있었다. 정다혜 작가의 ‘성실의 시간’은 500년 된 모자 제작 기술을 고대 토기 형태와 결합한 기하학적인 디자인으로, 말총 공예를 접목해 섬세하고 견고하게 짠 바구니다.

여기에 더해 올해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개최된 ‘연등회: 빛과 색의 향연’은 3개월 만에 누적 관객 수 5만 명을 돌파했다. 그 숫자는 프랑스 한국문화원 개원 이래 단일 행사 기준 역대 최다(最多)로 파리시립미술관 연간 관객 수와 맞먹는 흥행 기록이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한류(韓流)의 한 축으로 대한민국 대표 콘텐츠 ‘공예’가 꿈틀대고 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2019년 공예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공예산업의 매출액은 4조2000억원, 전체 종사자는 6만 명이다. 전체 매출을 작업 방식별로 나누어 보자면 수공예 1조2000억원, 일반공예 2조9000억원 정도로 수공예 비중이 전체 공예산업의 약 30%를 차지한다. 공예 분야 사업 종사자 수는 대표자를 포함해 평균 2.3명에 불과하다. 초소형 기업체 형태로 전국 각 지역에 개별 공방 형태로 산재해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공예사업체는 공예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역사적 특수성으로 인해 지역·장소에 가치와 정체성까지 부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통영 나전칠기 ▲전주 한지(韓紙) ▲담양 죽공예 ▲강화 화문석 등으로 지역과 공예품이 하나로 인식되는 것이 그 예다.

여기서 우리 ‘K 공예’가 나아갈 방향을 엿볼 수 있다. 공예문화산업은 지역 문화의 특징과 특색을 근간으로 하며, 수공예적인 상품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공예문화산업이 지역에서 지속해서 발전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예 관련 기관은 물론 공예 현장에서도 변화된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공예문화산업에 가장 중요한 생태 기반과 선순환 구조의 핵심이 바로 지역 공예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는 지역 공예 활성화 분석 및 대응책 마련을 위해 총 4회의 권역별 라운드 테이블과 종합 포럼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지역 현황을 파악했고 지역 공예의 강점 강화 및 약점 극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도 모색할 수 있었다. 공예문화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 정체성에 문화적 특징뿐만 아니라 예술성까지 결합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작품성·상품성·시장성을 기반으로 명품화 및 상품화하고, 무엇보다 이를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이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협력, 정책적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 창작과 유통, 소비의 선순환. 이것이야말로 지역 공예문화산업이 바라는 ‘완성형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