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분배와 빈곤 문제가 꾸준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내놓은 '빈곤변화 추이와 요인분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도시가구의 상대 빈곤율이 1982년 11%에서 1992년 7.7%까지 떨어졌다가 1993년부터 상승세를 타면서 2008년엔 14.3%까지 뛰어올랐다고 밝혔다. 상대 빈곤율은 도시가구 중위소득의 50% 이하에 해당하는 가구의 비율이다.
같은 기간 도시가구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중간층 비율은 1982년 66.7%에서 1992년 75.2%로 높아졌다가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2008년 63.3%로 떨어졌다. 반면 도시가구 중위소득의 150%를 넘는 상류층은 1982년 22.3%에서 1992년 17.1%로 줄었다가 2008년엔 22.4%로 늘었다. 1992년까지는 높은 성장률과 함께 소득분배도 개선되면서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빈곤층과 상류층은 줄어들었으나 1993년부터는 거꾸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성장률이 떨어졌을 뿐 아니라 그 성장의 과실(果實)이 고르게 분배되지 않은 채 상류층에 훨씬 더 많이 가는 바람에 빈곤층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들어서는 상대 빈곤율 증가 속도가 소득불평등 증가속도보다 더 빨랐다.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는 가운데서도 소득분배가 개선돼 빈곤층이 줄어든 해가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선 줄곧 빈곤층이 늘어나기만 했다. 노무현 정부가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빈곤층에 뿌려주는 식의 분배정책을 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올 들어선 경기침체와 비정규직 해고 등으로 빈곤문제가 훨씬 더 악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빈곤층이 늘어나고 중간층이 몰락하면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화약고를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사회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양극화와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장을 통해 서민들에게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동시에 분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정부 때처럼 세금을 걷어 무조건 복지 지출을 늘리는 식으로는 양극화 문제를 풀기 어렵다. 늘어난 빈곤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들이 실직(失職)의 충격을 이겨낼 수 있도록 일정한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면서 이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식의 맞춤형 복지정책이 나와야 한다. 한국형 복지모델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입력 2009.07.1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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