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화교소학교(초등학교)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은 올해 9월 개학인데도 4~5월에 이미 면접이 끝났다. 20여명을 모집하는데 100명이 넘는 학부모가 찾아왔다. 이 유치원 상담교사는 “대부분 화교가 아닌 한국인들이었다”고 말했다. 화교학교와 부설 유치원을 찾는 한국 학생이 늘고 있다. 중국으로 조기유학을 가지 않고도 중국어를 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의 화교학교는 모두 17곳으로 총 2000여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화교들이 빠져나가면서 한때 학생 수 부족으로 폐교 위기까지 맞았던 화교소학교가 한국 학생이 몰려들면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화교학교에 몰리는 한국학생들=2003년까지만 해도 전교 학생 수가 18명이던 지방의 A화교소학교. 한 반을 학생들로 채우기가 힘들어 1·2학년 학생을 함께 모아 수업을 했던 이 학교는 지난해부터 한국학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학생 수가 갑자기 늘자 교사를 새로 채용하고, 반도 학년별로 다시 쪼갰다. 한국 학부모들의 문의가 쇄도하자 아예 선착순으로 모집정원을 제한해 버렸다. 이 학교 학생들 가운데 부모 양쪽 혹은 한쪽이 화교인 경우는 10~20%도 안 된다. 부모 모두 '토종' 한국인인 경우가 80~90%에 달한다. 한국 학생들이 많아지자, 교실 복도에 '중국어로 대화하자'라는 문구를 붙여 놓았다.

초등학교 3학년생 딸이 화교소학교에 다니는 학부모 C(40)씨는 “조기유학을 보내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기러기 생활을 해야 하지만 화교학교에 보내면 그런 걱정이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유치원까지 덩달아 인기=화교소학교에 입학하기 앞서 부설 유치원에 다니는 한국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다. 부설 유치원 졸업생들은 원하는 경우 화교소학교 입학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부 화교소학교에선 입학 요건으로 부설 유치원에 다니게 하는 경우도 있다.

화교소학교의 경우 화교 여부 등 입학조건이 엄격히 제한되지만, 유치원의 경우 한국인이어도 상관없어 더욱 인기가 높다.

경기도의 한 화교소학교 유치원에 자녀를 보낸 주부 K(36)씨는 “영어유치원의 절반(월 40만원 가량) 비용으로 중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수업료는 한 학기 100만원 안팎=화교학교에 입학하려면 ▲부모 중 한 명 이상 화교 ▲외국 국적 소유자 또는 외국 시민권·영주권자 ▲5년 이상 외국 체류자 가운데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한국에서만 살아온 한국인은 원칙적으로 화교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화교학교측에선 "우리는 한국 학생은 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부 화교학교들은 비공식적으로 한국 학생을 받고 있다. 지방의 한 화교학교측은 "교육당국에 적발되면 퇴학조치를 당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여러 번 적발돼도 학생이 퇴학당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화교학교는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학력인정이 되지 않는다. 이곳을 졸업한 후 중학교에 진학하려면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자녀가 초등학교 4~5학년이 되면 일반 초등학교로 전학하거나, 졸업 후 아예 중국 중·고등학교로 유학을 보낸다.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아들을 화교학교에 보낸 지 1년 만에 그만둔 학부모 E(35)씨는 “한국학생들이 늘다 보니 (화교학교가) 점점 학원도 아니고 학교도 아닌 어중간한 형태가 돼 가는 것 같아 그만뒀다”며 “아이가 중국어를 배우고 나서는 우리말을 읽고 쓰는 게 또래 아이들에 비해 부족한 점도 염려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