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미 프로농구)가 7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지만, 만 40세를 넘겨 코트를 밟은 선수는 극히 드물다. 40세 이상으로 등록된 이는 지금까지 전체 선수의 1%가 채 되지 않는다. 카림 압둘 자바가 42세까지 뛰었고, 빈스 카터가 43세, 로버트 패리시가 44세였다. 그러나 ‘킹 제임스’ 르브론 제임스는 그들과 다르다. 단순히 오래 뛰는 선수가 아니라, 여전히 정상에서 경쟁하는 선수다.

르브론은 2024-2025시즌, 만 40세 나이로 올 NBA 세컨드 팀에 이름을 올렸다. 퍼스트 팀 바로 아래, 다시 말해 현역에서 가장 뛰어난 10명 안에 들었다는 뜻이다. MVP 투표에서도 6위에 올랐다. ‘노장’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의 퍼포먼스. NBA 역사상 통산 최다 득점(4만2184점), 4만 득점-1만 리바운드-1만 어시스트를 동시에 기록한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그래픽=김현국

르브론은 206cm, 113kg 건장한 체격을 유지하고 있다. 체중은 조금 늘었지만, 전성기 몸은 그대로다. 그는 선수 초기에 돌파 위주의 육체적 농구를 주 무기로 삼았다. 그래서인지 “(체력이 떨어지면 기량도) 노쇠화가 빠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플레이 스타일을 바꿨다. 코뿔소에서 여우로, 골밑에서 외곽슛으로. 전술적으로는 ‘낄끼빠빠’ 대가가 됐다. 끼어들 땐 치고 나가지만 빠져야 할 땐 최대한 쉰다. 체력 소모는 줄이고 결정적 순간에 집중하는 묘수다.

르브론의 자기 관리는 유명하다. 주 6일 훈련을 보조하는 전담 트레이너 외에 체력 회복만을 위한 별도 트레이너까지 고용했다. 고압 산소 치료 장비도 갖췄다. 식단은 유기농 통곡물 중심, 튀김·설탕·가공식품은 철저히 배제. 여행 갈 때도 인근에 연습 시설이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금주는 기본이다. 시즌 중 술은 입에 대지 않고, 비(非)시즌에 와인 한 잔 정도가 유일한 사치다. 그는 “47세까지 뛰고 싶다”고 말한다. NBA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45세 363일)도 넘보는 중이다.

르브론만이 아니다. 스포츠계 곳곳엔 ‘나이를 잊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테니스 노바크 조코비치(38)는 지난달 프로 테니스 주요 대회 통산 100승을 기록했다. 매년 빠짐없이 우승한 지 20년. 이번 프랑스오픈에서 역대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 기록(25회)을 넘보고 있다. 첫 고비는 넘었다. 5일 4강 진출을 확정하면서 대기록에 이제 두 계단만 남겼다.

장수 비결은 철저한 식단 조절이다. 글루텐·유제품을 뺀 식단, 레몬물과 셀러리 주스, 연어와 아보카도. 아버지가 피자집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그는 달라졌다. 명상과 요가도 일상이다. 조코비치는 “테니스는 몸보다 마음의 싸움”이라 말했다.

자동차 경주 F1(포뮬러 원) 루이스 해밀턴(40)도 유사하다. 채식, 명상, 체내 수분 조절, 고속 주행 중 중력가속도(G-force)를 버티기 위한 목 근육 단련까지. 드라이버로서 그가 유지하는 체계는 ‘군대식’에 가깝다.

여자 프로농구 김단비(35)는 지난 시즌 MVP였다. 역대 둘째로 많은 나이에 수상했다. 2010년 정선민(당시 36세) 다음이다. 그는 “프로 선수 초기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죽을 듯이 했다. 그렇게 길러둔 근육이 나이를 먹은 뒤에 힘을 쓴다”고 말했다. 튀김도 밀가루도 가리지 않지만, 남들보다 많이 먹고 더 훈련한다. 식비만 연간 1억원. 그러나 허리, 무릎, 팔꿈치 등 ‘고장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어 직전 멈춘다. 노련한 운전처럼, 미리 브레이크를 밟는다.

프로야구 KIA 양현종(37)은 국내 최초로 10년 연속(미국에서 뛴 2021년 제외) 170이닝을 던졌다. 선발 등판 사이 4일을 체계적으로 쪼갠 루틴이 10년째다. 등판 다음 날은 외야로 나가 느리게 뛰고 부족하다 싶으면 사이클을 탄다. 둘째 날은 좌우 폴 사이를 전력 질주. 그리고 곧바로 관중석 계단을 뛰어서 오르내린다. 셋째 날은 외야 폴과 중앙 사이 단거리를 중간 속도 정도로 뛴다. 넷째 날은 빠르게 달리면서 다음 날 선발 등판 준비를 한다. 고정된 반복이 나이를 거슬러 힘을 유지해주는 셈이다.

이들은 모두 각자 종목에서 버텨냈고, 진화했고, 기록을 바꿨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몸을 더 잘 안다는 것. 그 이해가 시간을 이기게 만든다. 그리고 세상은 여전히, 그들이 오래 뛰는 걸 보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