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국(G20) 외교장관 회의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2일(현지 시각) 끝났다.
G20은 작년 7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첫 외교장관 회의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공동성명을 내는 데 실패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 회의에서는 ‘대다수 회원국’이라는 제한적인 표현과 “이 상황에 대해 다른 견해와 다른 평가도 있다”라고 첨언하는 절충안까지 동원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공동성명을 어렵게 채택한 바 있다. 전쟁 이후 깊게 분열된 세계 정세 속에서 G20이 국제 협력체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사실상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G20 의장국인 인도의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무장관은 이날 회의가 끝나고 공동성명 채택 불발을 알리며 “우크라이나 이슈와 관련해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 채택에는 러시아와 중국이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인도 벵갈루루에서 끝난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두 나라는 우크라이나 관련 내용을 공동성명에 포함하는 것에 반대했다.
이날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특히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정당한 이유 없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G20 회의를 망쳤다”고 말했다. 이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서방 대표들이 이번 회의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맞대응했다.
두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짧은 면담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 외무부는 “둘은 이동 중에 잠시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라며 회담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서방과 중·러의 대립 속에 식량·에너지 안보와 기후 변화, 테러 대응, 성 문제 등 주로 저개발국과 관련한 다른 어젠다는 깊게 논의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전 세계적으로 갈등이 깊어지며 다자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국으로 구성된 안보협의체 쿼드(Quad) 외교장관들은 3일 뉴델리에서 공동 성명을 내고 “불안정을 조성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