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의 한적한 호수 마을 쿠퍼스타운(Cooperstown)에 ‘야구 명예의 전당(Baseball Hall of Fame)’이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했던 선수, 감독, 심판, 해설위원 등 야구 발전에 기여한 300여 명이 헌정된 ‘야구의 신전(神殿)’이다. 1936년 지어져 연간 30여 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맞이하는 명소다.
150년이 넘는 미국 야구의 역사를 반영하는 전시의 내용은 화려하다. “야구는 음악이 없는 발레다”라는 표현처럼 경기의 멋진 동작들을 담은 사진만 수십만컷, 온갖 야구 카드와 수백만점의 야구 관련 신문기사 등이 보관되어 있다. 구단별 유니폼과 마스코트, 선수들과 열렬 팬들의 밀랍인형, 특별했던 경기를 기념하는 배트와 야구공, 글러브도 진열을 풍부하게 한다.
“라디오 중계로도 볼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 게임”이라는 표현처럼 중계석의 모형도 설치되어 있다.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꿈의 구장’을 비롯하여, ‘메이저리그’ ‘머니 볼’ 등 야구를 소재로 한 추억의 영화 포스터와 장면을 모아 놓은 공간 또한 관람의 즐거움을 더한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인 명예의 전당에는 행크 에런, 사이 영, 켄 그리피 주니어 등 미국 야구의 전설들이 헌정되어 있다. “나는 언덕 너머로 간다(I’m going over the valley)”라는 마지막 말로 유명한 베이브 루스와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 타자’이자 올스타에 19번 선정된 기록을 보유한 보스턴의 테드 윌리엄스의 모형이 나란히 관람객을 맞이한다.
‘철마(The Iron Horse)’라는 별명, 그리고 후에 사망의 원인이 되었던 병의 이름으로 잘 알려진 양키스 루 게릭(Lou Gehrig)의 등번호 4번은 메이저리그 최초의 영구결번으로 기록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그다지 보편적이지 않은 야구는 그야말로 미국의 스포츠다. 그래서 미국인의 삶과 문화이기도 하다. 오늘은 2022년 메이저리그의 개막일이다. 한 시즌의 긴 여정이 끝나고 스토브리그가 마무리될 즈음이면 내년에 이 전당에 올라갈 새로운 이름들이 또 발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