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정부 각 부처에서 고위 공무원 파견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여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각 부처 국장급들이 가서 일하는 제도에 따른 것입니다. 역대 정부에서 여당 수석전문위원은 꽤 괜찮은 자리였습니다. 특히 정권 초기에 수석전문위원으로 파견 가서 여당 실세들과 신뢰를 쌓은 뒤 친정에 화려하게 컴백한 사례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정권 초 여당 수석전문위원은 관가에서 ‘영전’으로 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여당 수석전문위원이 몇 명이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통상적으로 국회 상임위원회(현재 17개)당 1명씩은 뽑는데, 아직 9명밖에 못 채웠다고 합니다.
공무원은 당직 겸직이 금지돼 있어 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가려면 파견이라고 해도 일단은 사표를 내야 합니다. 그래서 월급도 당으로부터 받는데, 연봉이 국장 시절의 3분의 2 정도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이런 금전적인 손해보다도 더 큰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합니다.
정권 말에 여당 파견을 갔다가 정권이 바뀌는 통에 영전은커녕 친정으로 복귀도 못 하거나, 복귀해도 제대로 된 보직을 맡지 못하는 처지가 되는 경우도 종종 벌어지지만, 정권 초 여당행은 인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월급이 좀 줄어도 나중에 여당의 후광을 입고 친정에 복귀하거나, 공공기관 기관장에 임명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내분, 내홍이라는 단어가 끊이지 않는 국민의힘에 파견 갔다가 나중에 어찌 될지 걱정이라 파견을 기피한다는 겁니다. 일이 이렇다 보니 혹시나 하마평에 이름이 나올까 국장급 공무원들이 전전긍긍한다는 말이 관가에 돌 정도입니다.
이래서야 5년간 원활한 당정 협의로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공무원들의 지지와 헌신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습니다. 시끄럽기만 한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이걸 명심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