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교사가 수업 도중 학생에게 야구 방망이로 맞아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밤낮없이 계속되는 학생 가족 민원에 시달린 교사가 자살한 데 이어 교사 폭행 피해 사건까지 잇따라 발생하자, 교권 침해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경기 수원시 한 중학교 학생 A군은 체육 수업 도중 50대 남성 체육 교사 B씨에게 수차례 야구 방망이를 휘둘렀다. A군은 “수업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 같은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갈비뼈 골절 등 전치 4주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군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기도교육청도 2일 현장 조사를 통해 정확한 동기 등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교육 활동 침해 행위를 심의·조치하는 기구인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열어 학생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이번 사건은 학교 전체의 교육 환경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학생 가족으로부터 민원 전화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제주 현모 교사의 추모제가 열린 날, 또 한 명의 교사가 피해를 당했다”고 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선생님도 폭행당하는데 다른 동급생도 당연히 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 “무서워서 누가 선생님 하겠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를 상대로 한 폭행·상해 사건은 갈수록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사의 폭행·상해 피해 건수는 2020년 113건에서 지난해 518건으로 4년 사이 5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에는 교사가 학생 및 학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건이 하루 평균 1.4건 발생한 것이다.
지난 4월 10일 서울 양천구의 한 고3 교실에서는 수업 중 학생이 휴대전화 게임을 제지하는 여성 교사의 얼굴을 휴대전화를 쥔 손으로 가격하는 일이 있었다. 같은 달 28일엔 부산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5학년 C군이 여교사 얼굴을 폭행하고 머리채를 잡는 일이 벌어졌다. 교사는 점심 시간에 가해 학생이 옆 반 친구와 몸싸움을 벌이자 서로 사과하도록 했는데, C군이 이를 거부하다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C군 부모는 “아이도 교사에게 맞았다”고 주장하며 교사를 아동 학대로 신고했다. 지난달 9일엔 경기 의왕시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문제풀이 수업 도중 “내가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교사에게 발길질을 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도 이 사건을 “충격적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교사를 상대로 한 폭행 사건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학생 인권만 강조했던 사회 풍토와 더불어, 교사가 자칫 ‘아동 학대’로 송사에 휘말릴까 두려워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사가 자신을 폭행하려는 학생 손목을 잡는 등 방어 행동을 하다 역으로 아동 학대 고소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며 “고연차 교사도 마땅한 대응 방법 없이 폭행을 감수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작년 6월 전북 전주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3학년 학생이 무단 조퇴를 제지하는 교감에게 욕설을 하고 침을 뱉으며 뺨을 때리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교육계에서는 폭행 같은 심각한 교권 침해가 발생할 경우 교사와 학생 분리 기간을 늘리고 학생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원지위법에 따라 교육 활동 침해 행위가 발생했을 때 가해자, 피해자 분리 조치가 가능하지만 교육부 매뉴얼은 분리 기간을 7일 이내로 할 것을 권장한다. 이 때문에 폭행 등을 당한 교사에 대한 사후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교사가 폭행을 당할 경우 교보위는 징계 중 하나로 ‘교내 봉사’를 명령할 수 있는데, 이 또한 문제다. 교총은 “엄연한 범죄 행위임에도 터무니없이 가벼운 조치를 내려 사안의 심각성을 왜곡시킨다”며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해 교사 폭행은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계는 또 교내 폭행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학교 전담 경찰관을 더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학교 내 사건·사고 대응을 담당하는 학교 전담 경찰관은 전국적으로 1133명(지난해 기준). 경찰관 1명당 평균 10.7개 학교를 맡고 있는 상황이다.
교권 침해가 잇따르며 교사 인기도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과거 상위권(내신 9등급 가운데 1~2등급) 학생들이 진학했던 교육대학교 합격선은 최근 일부 대학에서 5~6등급대까지도 떨어졌다. 지난 스승의 날 교사노조 설문에 따르면 교사 58%가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