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 기자

“에베레스트(8848m) 등정(登頂)보다는 어떤 길을 가는지 등로(登路)에 더 의미를 두는 세상입니다.”

손중호 대한산악연맹 회장은 지난 19일 “이제는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고 귀국해 카퍼레이드 하던 시절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맹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손 회장은 “지난 60년 연맹은 엘리트 체육 위주로 유지돼 왔지만, 앞으로의 60년은 산을 사랑하는 국민을 위한 연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손 회장은 “국내 산악 인구가 전국의 1만5000여 개 산악회에 100만명, 한달 1번 이상 산에 가는 인구가 1800만명에 이르는 국민 스포츠가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손 회장은 이를 위해 무엇보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이 조화를 이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산악인들의 목표는 히말라야 등정이었다”며 “하지만 스포츠 클라이밍의 올림픽 종목 채택과 최근 MZ세대의 등산 인구 확대가 맞물리며 산악스포츠도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스포츠 클라이밍 인구는 45만명, 전국에 인공 암벽장이 600개로 급증했다. 그는 “종로 피카디리 CGV극장이 암벽장으로 바뀌면서 주말에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모습에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거대한 인공암벽을 맨손으로 오르는 ‘스포츠클라이밍’은 원래 전문 산악인을 위한 훈련 방법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별도의 스포츠로 발전해 자리 잡았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작년 도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신설됐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는 산악 스키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다. 손 회장은 “올림픽 메달은 물론 스포츠클라이밍, 아이스클라이밍, 산악스키, 트레일 러닝, 노르딕 워킹으로 산악스포츠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대한산악연맹은 창립 60주년이 되는 오는 23일, 제주 한라산 백록담과 설악산 대청봉, 그리고 울릉도 성인봉과 독도망양대에서 2000여 명이 전국 17개 시·도연맹과 산하단체가 선정한 60개 봉우리를 동시 등정한다. 또 대학생 히말라야 원정대와 오지탐사대를 해외로 보내 도전 정신을 일깨울 생각이다.

산악인 출신 손 회장은 고1 때 산과 인연을 맺었으며 에베레스트 원정만 3차례 한 프로 산악인이다. 대전시산악연맹 회장, 대한산악연맹 이사 및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작년 1월 회장에 취임했다.

손 회장은 “지난 60년 동안 1977년 고상돈 대장을 시작으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정자가 120명, 엄홍길·박영석 등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 완등자가 7명이라는 사실은 세계 산악계에 놀랄 만한 행보”라며 “한국 산악인의 불굴의 도전 정신을 국내외에 알리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