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유승민 전 의원이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흥행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선 레이스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인사 위주로 재편됐다는 것이다. 애초 국민의힘은 탄핵 찬반 의견이 갈리는 10여 명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레이스를 벌여 ‘컨벤션 효과’를 내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이를 통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독주하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맞설 계획이었다. 그런데 국민의힘 주자 가운데 중도 확장성과 가상 양자 대결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평가받았던 오·유 두 사람이 불참하면서 경선 흥행은 물론 본선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3일까지 국민의힘 경선 출마를 공식화한 후보들을 보면 탄핵 반대파 인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은 소셜 미디어 메시지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탄핵 반대를 주장해 왔다. 나경원 의원과 이철우 경북지사 등은 탄핵 반대 집회에 직접 참가했다. 탄핵 반대에 앞장선 윤상현 의원도 경선 출마 선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에 찬성한 경선 후보로는 한동훈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 정도가 꼽힌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경선 룰이 탄핵에 찬성한 인사들이 통과하기 어려운 구조로 설계된 것이 오 시장과 유 전 의원이 경선 참여를 포기하게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후보를 4명으로 추리는 1차 예비경선(컷오프)을 100% 국민 여론조사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역선택을 막겠다며 조사 대상을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한정했다. 이런 룰에 따를 경우 중도층 확장에 강점이 있어도 경선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이재명에게 정권을 갖다 바치겠다는 생각으로 당 지도부가 대선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선 승리가 아닌 대선 이후 당권(黨權) 유지를 가능케 하는 구조로 경선 규칙을 설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은 이재명 전 대표 선출이 확실시되는 민주당의 ‘답정너 경선’과 비교해 그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역동성 측면에서 경선 드라마를 만들어야 그나마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며 “중도층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주요 주자들이 경선 레이스에서 연달아 이탈하면서 흥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