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특정 컴퓨터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인터넷으로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 마약 사이트’에 본지 기자가 들어가봤다. 사이트가 열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게시글 제목은 ‘블루드림 판매합니다’였다. 대마 잎과 꽃에서 얻는 마약류 물질을 대마초 혹은 마리화나라고 부르는데, 블루드림은 진정제 성분과 대마초 일부를 섞은 신종 마약이다. 이 게시글에는 ‘1g에 15만원, 5g 65만원’ 등으로 블루드림 가격이 적혀 있었다. 보통 잘게 부순 블루드림을 0.03g 정도 담뱃잎과 섞어 피우는 방식으로 대마를 흡입한다고 한다. ‘대마 재배’ 글도 여럿 있었다. 집에서 대마를 수경 재배하는 방법, 대마 잎을 크게 키우는 방법 등이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대마초

이 사이트에는 마약을 판매한다며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 아이디를 적어 놓은 글도 여럿 있었다. 그중 하나를 골라 접속해보니 2667명이 참여한 대화방이 나왔다. 이 대화방에 들어가니 마약 거래 가격표 및 안내문이 떴다. 대마초의 은어인 ‘버드’가 2g 35만원, 3g에 50만원이란 식이었다. 마약 운반책을 항시 모집한다는 공고문도 보였다.

다크웹, 텔레그램 등 신원 추적이 힘든 경로를 통해 젊은 층 사이에서 마약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마약 자금에 대한 계좌 추적도 어렵다고 한다. 특히 대마와 같은 ‘연성 마약’ 사범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필로폰 같은 마약에 비해 중독성이 심각하지 않다는 인식이 젊은 층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게 문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수사기관에 적발된 대마 사범은 2017년 1727명에서 작년 3777명으로 늘었다. 4년 만에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20~30대만 따지면 같은 기간 1045명에서 3072명으로 집계돼 3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필로폰 등 다른 마약 사범이 1475명에서 1745명으로 소폭 증가한 것과 비교됐다. 이런 점 때문에 대검은 지난 16일 향후 지역별로 경찰·국정원 등과 마약 수사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10·20대를 상대로 한 마약 유통 조직은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고 가중 처벌할 방침이다.

실제 온라인에서 젊은 층에게 연성 마약을 판매하는 일당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 4월엔 경찰이 다크웹에서 대마초 성분을 활용해 만든 합성 대마 등을 판매한 21명을 체포한 일도 있었다. 다크웹 마약 사이트에 광고를 올리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대금을 받은 뒤 약속된 장소에 마약을 놓고 가져가게 하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거래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게 마약을 구입해 간 66명 중 절반 이상이 20·30대였다.

지난 6월 태국이 대마를 합법화하면서 대마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한 태국 여행 오픈카톡방에서는 “대마는 술·담배보다 덜 해롭다 보니 현지인들은 크게 마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마 피자, 대마 밀크티가 맛있다” 등의 후기가 올라오기도 한다. 현재 태국에 살고 있는 20대 남성 A씨는 “대마 합법화 이후 방콕 일부 시장에서 젊은 한국 관광객들이 거리낌 없이 대마가 들어간 음식을 먹는다”고 전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장재인 이사장은 “마약 중독자들은 대마는 필로폰 등 중독성이 강한 마약으로 가는 ‘관문’이라고 한다”면서 “연성 마약의 위험성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젊은 층의 연성 마약 사용에 대해 초범이라 하더라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이가 어리고 초범이란 이유 등으로 검찰이 기소유예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다 보니 다시 대마에 손을 대는 일도 많다는 것이다. 반면 마약 사건을 여럿 맡은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 판매자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초범인 투약자는 범죄자인 동시에 질환이 있는 환자라고 보고 치료의 기회를 주기 위해 기소유예를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