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가 11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당정협의에서 코로나 손실 보상을 위해 소상공인·자영업자 370만명에게 1인당 최소 6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은, 공약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민생을 고리로 민주당의 국정 협조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오는 16일 추경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도 직접 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오는 26일까지 추경안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경우 6·1 지방선거 전에 자금 지급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코로나 지원 추경 당정 협의를 마친 뒤 “자영업자·소상공인 370만명에게 최소 600만원을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좀 혼선이 있었지만, 윤 대통령의 공약이 그대로 다 이행되는 것”이라고 했다. 대상자도 매출액 기준을 완화하면서 소상공인 1인당 300만원을 지급했던 올 2월보다 38만명이 더 늘었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윤 대통령의 ‘600만원 일괄 지급’ 공약과 달리 차등 지급을 발표해 공약 파기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여당이 나서 이를 바로잡고 여기에 ‘플러스 알파(+α)’로 지급 액수와 대상까지 확대한 것이다.
당정은 또 손실 보상 보정률도 기존 90%에서 100%로 올리고, 분기별 지원 하한 액수는 현행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손실 보상 보정률은 손실액 대비 보상되는 금액을 말한다. 국민의힘은 또 기존에 손실 보상에서 제외됐던 여행·공연전시·항공운수업까지 지원 대상을 넓히고 우대 지원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코로나 지원 사각지대로 평가받던 특수형태근로자(특고), 프리랜서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그 결과 법인택시·전세버스·노선버스 기사, 문화예술인, 보험설계사, 대리 기사 등이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여기에 물가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취약계층 약 225만 가구에게도 긴급생활지원금으로 4인 가구 기준 75만~100만원을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 비료·사료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민에 대한 추가 지원과 정책 자금 금리 인하를 요청했다고 국민의힘은 밝혔다.
정부는 12일 윤 대통령 주재로 첫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추경안을 의결한 뒤 13일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후 16일엔 통상 총리가 하는 시정연설을 윤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나와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인준 표결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에 추경뿐 아니라 내각 인준까지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 정부의 이 같은 ‘추경 속도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 그래도 물가 상승률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규모 돈풀기는 물가 급등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각각 수석비서관 회의와 취임식에서 “물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언급할 정도로 불안한 상황이다.
당정은 또 올해 세금이 예상보다 53조나 더 걷힐 것으로 예상하고 나랏빚을 늘리는 국채 발행 없이 이번 추경 재원(33조원 이상)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에선 “고무줄처럼 세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작년에 60조원의 세수 오차를 낸 데 이어 반년도 지나지 않아 50조원 이상의 세수 차이가 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가 채무 확대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초과 세수 규모를 과도하게 높게 잡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