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세종시 명학산업단지 내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흰 방진복을 입고 실내화와 몸의 먼지를 털어내는 에어샤워 과정을 거쳐 삼성전기의 모바일 반도체 패키지 기판 생산 공장 내부로 들어갔다. 노란색 조명 아래서 작업자들이 자동화 설비를 분주히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반도체 기판에 미세 회로 패턴을 제작하는 노광 공정 생산라인으로, UV(자외선) 빛을 쏴서 기판에 회로를 그리는 과정이다. 이렇게 미세 회로가 새겨진 기판을 높이 1m가량 로봇팔이 부지런히 옮겨 구리 도금 작업을 한 뒤 세척과 절연 물질 도포 과정 등을 거치자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 완성됐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은 스마트폰에 쓰이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주력으로 만드는 삼성전기 핵심 공장이다. 지난해 반도체 패키지 기판 매출 2조원 가운데 1조2500억원이 세종사업장에서 나왔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를 둘러싸 반도체를 보호하면서,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의 뼈대와 신경에 해당하는 셈이다. 첨단 반도체 공정이 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단위로 정교해지면서, 반도체를 연결하는 기판의 정밀도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키지 기판 시장은 2023년 106억달러(약 14조원)에서 2027년 152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0%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에 미세 회로를 그릴 수 있는 회로 구현 능력과 적층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머리카락 두께의 40 분의 1 수준(3㎛) 회로 선폭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 기판 두께 2㎜에 최대 20층까지 쌓을 수 있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삼성전기는 영국 반도체 회사 ARM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CPU(중앙 처리 장치)용 패키지 기판을 비롯해 자동차용 전장(전자 장치)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기판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임승용 삼성전기 부사장은 “현재 골조 작업 중인 다섯 번째 공장이 내년 5월 준공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