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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장미의 계절이다. 서울, 울산, 대구 등 대도시는 물론이고 전남 곡성에서도 지난 20일에 ‘세계장미축제’가 열릴 정도로 지역마다 장미 축제가 한창이다. 축제가 아니어도 좋다. 길을 걷노라면 담장에 얼굴을 내밀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장미를 만날 수 있다. 1년 동안 잠잠히 있다가 ‘시작’이란 구호와 함께 동시에 피는 듯 만발하니 반가움을 넘어 신비로움마저 느낀다.

‘별이 천상의 아름다운 노래라면 꽃은 지상의 아름다운 노래’라는 말이 있듯이, 꽃은 오래전부터 대중가요 노랫말에 흔하게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장미는 대중가요 소재로 많이 활용된 꽃이다. 남성 듀오 ‘사월과오월’이 부른 ‘장미’(1979년)는 “싱그런 잎사귀 돋아난 가시처럼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라며 사랑하는 사람의 외양을 장미에 빗대어 상큼하게 그리고 있다. 노래를 발표한 지 4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장미만 보면 자연스레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다른 꽃들과 달리 장미는 가시 때문에 화려한 모습과 대비되는 속성을 지닌 존재로 대중가요에 제시되고 있다. 민해경은 ‘그대 이름은 장미’(1988년)에서 “멀리에서 보면 다정하지만 다가서면 외롭게 해”라며 장미의 속성을 들어 ‘그대’의 양면성을 노래했다. 혼성 그룹 ‘어우러기’가 1985년에 발표한 ‘밤에 피는 장미’는 상처받은 영혼을 “내 가슴속에 피는 한 잎 떨어진 상처만이 남아 있는 한 떨기 장미처럼 슬픈 내 영혼”으로 묘사했다. 이하이의 ‘Rose’(2013년)도 “지금은 아름답겠지만 날카로운 가시로 널 아프게 할걸” 하며 상대에게 상처를 줄까 봐 사랑하기를 주저하는 심정을 장미의 가시로 표현했다.

심수봉은 진실한 사랑을 장미로 형용한 노래 ‘백만 송이 장미’를 1997년에 발표했다. 1982년에 러시아의 가수 알라 푸가초바(Alla Pugacheva)가 라트비아에서 유행한 ‘마라가 준 인생(Dāvāja Māriņa)’을 ‘백만 송이 장미’라는 제목으로 개사해 부른 것이 이 노래의 유래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주리가 1996년에 처음으로 번안해서 불렀지만, 심수봉이 새로 번안해 부른 ‘백만 송이 장미’가 지금까지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다. 진실한 사랑을 할 때만 피어나는 장미를 들어 아가페적 사랑을 표현해 공감을 산 것으로 보인다.

꽃은 매년 다시 피어나기 때문에 재생의 이미지로 종종 노래에서 활용된다. 하지만 꽃의 재생은 거저 주어지는 환희가 아니다. ‘H1-KEY(하이키)’의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에는 억척스러운 생명력으로 버티고 견디는 장미가 등장한다. 그러니 장미를 닮은 그대여, ‘고개 들고 끝까지 버텨주시길, 그 향기에 취해 모두 웃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