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가 이유식을 거부하는 일이 잦았다. 이런 때는 어른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어머니께 조언을 구했다.

“엄마, 제가 아기였을 때 어떤 음식을 주셨나요?” “우리가 먹는 음식을 믹서기에 갈아서 줬지.”

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지난 몇 달 우리 부부의 경험과는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기를 위해 유기농 고기와 야채를 주문하고, 이유식 전용 칼과 도마를 사용해 잘게 다진 후, 수돗물이 아닌 정수기 물을 사용해 삶고 쪘다. 조리에 사용한 도구는 모두 아기 전용 세척제로 씻은 후 소독기에 넣어 살균했다. 책을 참고하고 ‘맘플루언서’(맘+인플루언서)들 비법도 활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은 여전히 잘 먹지 않는다!)

고백하자면, 한국의 이 복잡하고 엄격한 육아 방식에 충격을 받았다. 아기 옷을 위한 별도의 세탁기와 아기 옷 전용 세제 모두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다. 108가지 알레르기를 검사할 수 있다는 병원의 검진 광고까지. 그때마다 비용과 두려움은 극대화되고 육아의 기쁨은 최소화되는 기분을 느꼈다.

값비싼 유럽 브랜드 유아 차와 유아용 의자는 한국의 ‘국민템’이다. 명품 브랜드 재킷을 입은 아기, 아이가 뒤집기를 하기 전부터 영어 책 수백 권을 읽어줬다고 소셜미디어에 자랑하는 부모를 본 적도 있다. 경쟁이라는 질병은 참가자들이 그 경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도 전에 시작되고 있었다.

이는 아기 용품 회사들의 마케팅 결과일까? 소셜미디어의 힘일까? 촉매제가 무엇이든 지금 아이를 키우는 어른들 대부분은 그런 기준으로 자라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남지 않았나.

아기가 희소할수록 더 귀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악순환을 만들어 낸다. 한 명에게 집중하느라 둘째, 셋째를 낳는 일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 ‘전쟁’을 지켜보며 “난 아이 키울 자신이 없어” 지레 포기하는 젊은이들도 있지 않을까.

11개월 차 아빠로서 정부가 주는 부모 급여와 아동 수당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출산율을 높이려면 이 경쟁적인 육아 문화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

※ 9월 일사일언은 소설 ‘마지막 왕국’ 저자이기도 한 다니엘 튜더씨를 포함해 이재국 방송작가,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 정영선 동인문학상 수상 소설가, 조규익 숭실대 명예교수가 번갈아 집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