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 7일 70대 여성과 40대 뇌병변 장애인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이모와 조카 사이로 숨진 뒤 열흘가량이 지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 감식을 벌인 경찰은 타살이나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모인 박모(76)씨가 노환으로 숨진 뒤 돌봐주는 사람을 잃은 조카 윤모(41)씨가 뒤따라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족이 장애인 돌봄을 전담하는 가정에서 그 가족이 아프거나 숨질 경우, 곧바로 돌봄 공백이 생겨 비극으로 이어진 사례가 또 하나 늘었다고 지적한다.
서울 동대문경찰서와 동대문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2시 30분쯤 두 사람이 숨진 아파트의 경비원이 “집에서 악취가 나고 연락을 안 받는다”고 신고해 출동한 경찰이 두 사람을 발견했다. 장애인 윤씨는 군 복무 중 교통사고를 당해 생긴 뇌병변 장애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등 혼자서는 생활이 어려운 상태였다고 한다. 윤씨는 원래 아버지, 어머니와 이 아파트에서 살며 생활했지만 7년 전 아버지가, 2년 전 어머니가 차례로 사망했다고 한다. 2021년부터 그를 돌본 게 이모 박씨였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들은 “지역 주민센터에서도 두 사람이 사는 곳을 종종 살폈지만 이모 박씨가 외부인과 접촉하는 것을 상당히 꺼렸다”고 전했다. 박씨가 강아지 1마리와 고양이 7마리를 키워 집에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많았는데, 주민센터 등에서 8번가량 찾아가 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을 소개하거나 청소를 해주는 등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아파트 관계자와 이웃 주민들은 “동물을 많이 키워 평소에도 냄새가 많이 났던 집이라 신고가 늦게 이뤄졌고, 그래서 사망 사실도 늦게 알려지게 된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박씨와 윤씨의 시신은 동대문구의 한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다. 박씨의 동생이자 윤씨의 외삼촌인 A씨가 장례 준비를 하고 있다. 그가 연락이 닿는 유일한 가족이라고 한다. 그는 “7일 저녁 경찰로부터 두 사람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면서도 이 가족의 사연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말하길 꺼렸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 등 주변의 도움을 거부하는 이른바 ‘자발적 고립 가구’였다고 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