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실산(少室山) 안쪽 숲[林]에 있는 절이라서 얻은 이름이 소림사(少林寺)다. 중국 허난(河南)에 있는 큰 사찰이다. 우리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무술(武術)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 주지와 승려들은 아주 ‘잘나가는’ 중국인이다. 화려한 무술 시범으로 세계를 순회하며 공연하고, 절집의 식사나 복장 등을 팔기에 바쁘다. 아예 ‘소림 실업’이라는 회사를 차려놓고 돈 벌어들이기에 열중하는 일로도 퍽 유명하다. 회사 이름으로 등록한 상표만 600개가 넘는다.
소림사는 서기 495년에 세웠으니 1500년이 넘는 고찰이다. 아울러 중국 불교의 대표적 산맥인 선종(禪宗)의 발상지다. 그러나 이제는 지나치게 왕성한 상업적 행위 탓에 이곳 승려들은 본분인 종교적 수행을 깡그리 저버렸다는 의심을 받는다. 제 처지를 잊고 돈벌이에만 몰두하는 분위기를 두고 ‘소림사 현상(現像)’이라는 말도 나왔다. “불교가 한적한 산간에만 머물 수 없다”며 제 행위를 두둔하지만 이들의 과도한 상업적 행위에는 따가운 시선이 훨씬 더 많이 간다.
‘소림사 현상’은 지난 개혁·개방 시기의 중국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입 닥치고 돈 벌자(悶聲發大財)”는 구호까지 나돌았던 사회 풍조를 고스란히 웅변하는 말이다. 그 소림사 무술을 모티브로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둔 영화가 2001년 나온 ‘소림 축구’다. 거침없는 과장으로 축구라기보다 패싸움을 코믹하게 연출한 홍콩 영화다. 그래서 경기장에서 볼은 차지 않고 상대 선수에게 태클 걸고 헤딩하는 중국 축구를 ‘소림 축구’라 부른다. 최근 한국의 24세 이하 축구 대표팀이 그 수준의 축구에 패했다.
결은 조금 달라도 소림사나 중국 축구 모두 ‘마구잡이’라는 점은 마찬가지다. 국력이 커졌다고 거침없이 부리는 중국의 우격다짐 또한 이와 같은 패턴이다. 단단한 태권도 실력으로 무장한 뒤 ‘소림 중국’을 상대해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