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회계 문서 비치를 증빙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절차에 돌입했으나 민주노총 산하 노조의 60% 이상이 증빙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부실하게 내고 있는 것으로 30일 집계됐다. 반면 한국노총 산하 노조들은 90% 이상 늦게나마 자료를 제출했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실이 받은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8일 기준으로 민노총과 산하 노조 62곳 중에서 제대로 자료를 낸 곳은 24곳인 38.7%에 그쳤다. 반면 한노총과 산하 노조 172곳 중에선 163곳(94.8%), 상급 단체가 없는 노조 등 84곳 중에선 75곳(89.3%)이 자료를 제출했다. 제출 대상 노조 318곳 가운데 262곳(82.4%)이 고용부가 요구한 형식대로 증빙 자료를 냈다고 한다.
앞서 고용부는 노조 회계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달 1일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 318곳을 상대로 노조법상 사무실에 둬야 하는 회계 장부 등을 실제로 비치하고 있다는 것을 증빙하는 자료를 지난달 15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조합원들이 자신의 노조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회계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양대 노총은 고용부 조치가 “노조의 자주성에 대한 침해”라며 산하 노조들에 협조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대상 중 35.9%인 120곳만이 고용부에 자료를 냈다.
그러자 고용부는 자료를 내지 않은 노조들에 대해 노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1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중 노조 사무실에 조사관을 파견해 서류 비치 여부를 직접 확인할 계획이다. 조사관의 현장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500만원 과태료를 추가 부과하겠다고도 했다. 고용부가 ‘법대로’ 하겠다고 나오자 28일까지 노조 142곳이 뒤늦게 자료를 제출한 것이다. 특히 한노총 산하 노조 96곳이 한노총 본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자료를 냈다.
현재 민노총과 한노총 본부는 자료를 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두 노총은 고용부가 ‘회계 내역이 포함된 장부 속지 중 1쪽도 같이 내야 증빙 자료 제출로 인정하겠다’고 한 것이 위법이라며 지난 21일 이정식 고용부 장관을 직권 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