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지인들로부터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난감한 기분이 든다. 책을 추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상대의 경험과 취향을 잘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천할 책을 고심하다가 문득 깨닫곤 한다. 평소 친하다고 여긴 사람에 대해 실은 별로 아는 게 없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책이 마음에 든 사람은 다른 책도 추천을 부탁한다. 두 번째는 조금 수월하다.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이나,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책을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독서량이 적은 사람이라면, 너무 두꺼운 책은 권하지 않는 편이다. 실험적인 양식이나 어려운 문장으로 쓰인 책도 추천하지 않는다. 마음먹고 시작한 독서에 부담을 느끼는 걸 원치 않아서다.
독서에도 운동처럼 반복과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독서 근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꽤 적절한 말 같다. 독서 근육을 만드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재미를 느끼는 게 우선이라 여긴다. 표지든 제목이든 마음에 드는 책을 선택한 뒤, 천천히 읽어보는 거다. 끝까지 읽지 않아도 좋다. 한 페이지만 읽고 내려놓아도 상관없다. 돌이켜보면, 나는 책을 끝까지 읽는 완독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으면서 독서를 즐기기 시작한 것 같다.
문제는 재미있는 책을 고르는 방법이다. 주변에 독서광이 있다면, 추천받는 것도 좋다. 그러나 즐길거리가 많은 시대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다. 유튜브나 블로그의 책 추천 콘텐츠는 독자 대상을 넓게 설정해서인지 썩 취향에 맞지 않을 때가 많다.
몇 번 실패하고 나면 직접 한 장이라도 읽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알고 보면 책은 비교적 접근하기 용이한 물건 중 하나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언제든 손쉽게 들춰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서점보다 도서관에서 더 좋은 책을 많이 발견했다. 도서관에서는 모든 책이 청구기호에 따라 평등하게 꽂혀 있으므로, 마케팅의 개입 없이 온전히 끌리는 책을 발견하기 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