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에 있는 동국대사범대부속여고는 지난 3월 개교 95년 만에 처음으로 남학생을 받기 시작했다. 교명도 동국대사범대부속가람고로 바꿨다. 20년 전 1000명이 넘었던 학생 수가 작년 600명대로 추락하며 학교 운영이 어려워지자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것이다. 올해 서울에는 이처럼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고교가 총 5곳인데, 모두 여고다. 남고는 한 곳도 없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남녀공학으로 전환되는 남고·여고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특히 여고의 소멸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000년 기준 496개였던 여고는 작년 기준 411개로 85곳(17.1%)이 사라진 반면, 같은 기간 남고는 443개에서 392개로 51개(11.5%) 줄었다.
여고 인기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로 ‘내신 경쟁 부담’이 꼽힌다. 실제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명진고는 작년 6월 시교육청에 남녀공학 전환을 신청하며 신입생 모집 실패 원인을 ‘지나친 내신 경쟁 부담에 따른 여고 기피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여학생들은 대체로 성실하고 야무져서 학교 중간·기말고사나 수행평가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학생 수 600명이 넘었던 명진고는 작년 전교생이 99명까지 추락했다가 올해 남학생을 받으며 200명을 넘겼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과 달리 내신 성적 관리에는 암기와 성실성이 중요해 여학생들이 남학생보다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여학생은 남녀 공학을 선호하고, 남학생은 남고를 선호하다 보니 일부 명문 여고를 제외하곤 여고의 설 자리가 계속 줄어드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고1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여고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교학점제와 함께 내신 등급제가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어서 1등급 비율이 기존 4%에서 10%로 확대됐다. 1등급을 받을 가능성은 커졌지만, 동시에 실수로 1등급을 놓치면 주요 대학에 갈 수 없다는 부담감은 더 커졌다. 이 때문에 내신 경쟁이 치열한 여고 진학을 더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