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인천 기지에서 직원들이 LNG(액화천연가스)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LNG를 안정적으로 들여오며 서민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제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과 홍해 사태 등 세계 각지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커져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주요 에너지원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안정적 에너지 확보가 국민 경제와 직결된 핵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천연가스는 대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필수 난방 연료이자, 국가 총발전량의 28%를 차지하는 에너지원으로 안정적 공급 체계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유럽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가스 값이 최고 660% 올랐다. 그 여파로 영국에선 에너지 기업 31곳이 파산하고 450만가구가 난방을 제대로 못 해 혹독한 추위에 고통을 받았다.

한국가스공사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장기 계약해 도입하고 있어, 지난 에너지 위기 때 천연가스 수급과 가격 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LNG는 카타르, 호주, 오만, 미국, 말레이시아 등 11국에서 장기 계약으로 안정적으로 들여오고 있다. 가스공사는 국제 정세와 기후변화 등에 따른 공급 중단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40년간 공급처를 다변화했다. 이달 초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중동지역 정세의 급변 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으나, 정부와 가스공사는 지난해부터 동절기에 필요한 천연가스 물량을 꾸준히 비축하는 등 철저히 준비해 왔으며, 향후에도 천연가스 수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구매력 바탕으로 안정적 LNG 도입

세계 최대 LNG 구매력을 활용한 가스공사의 도입 경쟁력도 에너지 위기 극복에 힘을 더했다. 생산자 우위의 경직적인 계약 관행을 개선해 도입 감량권 및 증량권 행사, 도착지 제한 폐지 등 계약 조건의 유연성을 확보했다. 또한, 국제 LNG 사업자와 협력 체계를 강화하여 국내 수급 상황에 따라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가스공사는 2022~2023년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하는 상황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여름철 LNG 353만t을 미리 확보했다. 또 호주 글래드스톤 액화천연가스(GLNG) 해외 사업을 활용해 LNG 37만t을 현물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확보해 도입비 683억원을 절감했다.

◇공공성 기반 가스 요금 제도, 서민 경제 안정 기여

2022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세계적 에너지 확보 경쟁으로 독일과 영국의 주택용 가스 요금은 200%가 넘는 폭등을 거듭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의 가스 요금 인상률은 45% 수준으로 극심한 가격 변동을 방어할 수 있었다.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는 요금제 덕분이었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원료비에 이윤을 붙이지 않고 원가 그대로 공급한다. 또한 평소에는 국제 시세에 따라 원료비를 반영하지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때는 서민 경제 안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국제 시세 반영을 유보한다. 정부와 가스공사는 급격한 요금 인상으로 인한 국민 부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요금을 현실화하기로 했으며, 정부는 천연가스에 물리는 관세를 0%로 조정하는 등 국민 난방비 부담 경감을 위해 노력했다.

전국 생산 기지 5곳, 5000여km에 이르는 환상(還狀) 배관망 등 가스공사가 보유한 천연가스 공급 인프라도 요금 안정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했다. 대규모 천연가스 인프라 망과 가스공사 주도의 경제적인 운영을 통해 공급 효율을 높인 결과, 우리나라의 가스 공급 비용은 유럽 대비 38%, 일본의 20% 수준으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도입하고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40년간 변함없는 국민의 성원을 바탕으로 도입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가스공사는 에너지 위기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함께 국제 LNG 시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