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국회에 인구위기특별위원회라는 거창한 기구가 있다. 위원장은 지난 2월 특위 출범 당시 “합계출산율이 전 세계 최하위인 0.81명”이라며 “정부가 지난 20년 동안 28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효과가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9개월 동안 열린 회의는 고작 4번. 지난달 4차 회의 땐 “최근 출산율은 0.71명으로 낮아졌다” “정부 정책 효과가 거의 없다” 같은 하나마나 한 발언이 나왔다. 정부 부처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보고가 이어졌지만 형식적이었다.
2020년 서울 강서구 염강초·공진중이 문을 닫았다. 지난 3월엔 광진구 화양초가 폐교했고 내년엔 도봉구 도봉고, 성동구 덕수고·성수공고가 통폐합된다. 소멸 위기 시골 마을이 아니라 수도 서울에서 학교가 사라진다. 입영 신병 급감으로 전후방 곳곳 군부대가 없어진다. 하지만 정치권은 꼭 다른 나라 같다. 총선기획단을 구성한 여야(與野)는 사무총장이니 무슨 위원장이니 하는 감투가 어느 계파 몫인지를 놓고 다툰다. 청년·여성을 전면에 기용한다지만 이미지 탈색 전술에 불과하다. 메가시티, 균형 발전 같은 공약 역시 부동산·지역 이기주의에 기댄 얄팍한 선거 공학을 벗어나지 못한다.
올겨울 여야는 요란한 인재 영입 쇼를 연출할 것이다. 대부분 정치권 언저리를 맴돌던 ‘중고 신인’일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관계자는 “2010년대만 해도 몇몇은 괜찮은 신인이 있었는데 요즘은 영입 제의를 듣자마자 단칼에 거절한다”고 했다. 정치판에서 청년들이 쓰고 버려지는 소모품 취급을 하도 많이 당하니,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소명 의식이나 능력이 아닌 무지성(無知性) 충성심 순으로 줄세우는 극단 풍토에 유능한 인재들은 여의도를 ‘양아치 조폭 시궁창’쯤으로 여긴다고 한다.
평균 연령 58세, 재산 35억원, 남성 80%. 이런 국회가 청년이 왜 결혼을, 여성이 왜 출산을 안 하는지 파악해 정책을 세운다면 오히려 불가사의하다. “우리 애들은 다 시집·장가 가서 손주 낳던데, 출산율은 왜 이런 거야?” 의원님들은 밥 먹을 때마다 천진난만하게 묻는다. 마크롱, 트뤼도 같은 외국 얘긴 이젠 지긋지긋하다. 제헌의회 평균이 47세, 1980년대까지도 40대였다. 이승만이 6·25 때 30세 백선엽을, 박정희와 YS·DJ가 무수한 청년을 과감하게 등용했던 이유는 국가의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이다.
“노땅 현역들은 안락한 텃밭에서 모두 당선되고 청년들은 모조리 험지로 보내서 죽였다.” 2020년 총선에서 낙선한 청년 후보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출생 위기를 외면하는 여야가 “몇 십년 뒤 우린 살아있지도 않을 텐데” 따위 생각으로 공천에 임한다면 내년 총선 결과도 똑같을 테고, 대한민국 공동체의 소멸은 더 빨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