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조사관들이 8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정비소에서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로 전소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감식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의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이 8일 처음 불이 난 벤츠 EQE350 전기차에 대해 합동 감식을 실시했다. 지난 5일에 이어 두 번째다. 차량 제조사인 벤츠 측도 참여했다.

이날 경찰은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배터리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불이 난 벤츠 전기차에는 중국 기업 ‘파라시스’가 만든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경찰은 배터리팩 안에 있는 ‘배터리 관리 장치(BMU)’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다. 국과수는 이 장치를 정밀 분석할 예정이다. 배터리 관리 장치는 배터리의 온도, 전압 등을 측정해 배터리가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게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경찰 관계자는 “배터리 관리 장치를 분석하면 사고 당시 배터리의 충전 상태, 온도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도 인천 서부경찰서에서 인천경찰청으로 넘길 계획이다.

소방 당국은 사고 당시 전기차 주변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그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불이 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준비 작동식’으로 2개 이상 센서에 화재가 감지될 경우 배관에 물을 공급해 뿌린다. 평상시 배관에 물이 차 있지 않아 누수나 동파 위험은 작지만, 센서에 문제가 생기면 스프링클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

한편, 화재 당시 작동하지 않은 전기차 주변 스프링클러가 두 달 전 아파트 자체 점검 때는 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점검은 소방시설관리사 등을 통해 1년에 한 번 이상 실시한다. 그 결과는 소방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소방 관계자는 “자체 점검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화재 사고 당시 차량 140여 대가 불타고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다. 화염으로 수도 배관과 전기 설비 등이 녹아 수돗물과 전기 공급도 끊겼다. 소방 관계자는 “스프링클러만 정상 작동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