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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댕이 맛이 가장 좋은 때는 단오 무렵이다. 강릉에서 단오장을 둘러보고 강화도로 가던 날이 장날이었다. 강화풍물장은 닷새마다 열린다. 강화풍물장은 순무, 마늘, 양파, 쑥 등 농산물은 물론 밴댕이, 병어, 젓새우 등 어물들로 가득하다. 상설시장인 상가건물의 2층에는 식당이 있다. 이곳에 밴댕이를 회, 무침, 구이로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밴댕이 정식’이 있다. 특히 밴댕이 무침은 강화도 특산물인 인삼을 올려 내놓는다.

밴댕이 구이./김준

밴댕이는 표준명이 반지다. 반지는 청어목 멸칫과로 청어목 청어과 밴댕이와 다른 종이다. 하지만 강화도나 김포에서는 그냥 밴댕이라고 한다. 그런데 서유구가 쓴 ‘난호어목지’에는 ‘늑어’를 소개하면서 한글로 ‘반당이’, 한자로 ‘소어(蘇魚)’라고 했다. 그 반당어가 곧 밴댕이이며 반지이다. 그리고 ‘음력 5월에 발을 쳐서 잡는다. 강화와 인천에서 많이 난다’고 했다. 그러니 6월 강화풍물장에서 밴댕이 정식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신안, 목포, 군산 등 서남해와 강화와 김포 등 서해 기수역에서 많이 잡힌다. 특히 강과 바다가 막히지 않는 한강 하구에서 많이 잡힌다.

강화풍물시장의 밴댕이 정식./김준

강화도에서는 밴댕이를 안강망으로 잡는다. 새우잡이가 목적이었지만 이젠 밴댕이가 더 인기다. 어민들에게는 행운이고, 밴댕이에게는 불행이다. 이렇게 잡히는 것을 부수어획이라고 한다. 밴댕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덕분에 잡는 어민도, 파는 상인도, 맛을 볼 수 있는 여행객도 행복하다. 강화군의 볼음도, 주문도와 옹진군의 장봉도 등 여러 섬에서는 건간망이라는 그물로 잡기도 한다.

얼음에 재워 보관 판매하는 밴댕이./김준

어민들은 밴댕이는 성질이 급하고 속이 작아 한번 팔짝 뛰면 죽는다고 말한다. 죽고 나면 살이 연하기에 쉽게 상한다. 옛날에는 어민들만 회로 먹을 수 있었다. 지금도 그물로 잡은 밴댕이는 얼음에 재워 운반한다. 오뉴월 밴댕이를 잡는 철에는 어민들은 어장을 비우지 못하고 배 안에서 쪽잠을 자며 하루에 네 번 그물을 털기도 한다. 이즈음에 강화 외포나 김포 대명 포구에 가면 싱싱한 밴댕이를 만날 수 있다.

강화 인삼을 고명으로 얻은 밴댕이 무침./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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