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문재인 정부가 “비무장지대(DMZ) 내 북한 GP(감시초소) 11곳이 불능화됐다”고 거짓으로 발표했다고 결론 내리고도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감사원이 무기 체계에 대한 감사 이외의 사안을 완전히 비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5일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29일 ‘문 정부의 북 GP 철수 부실 검증 의혹’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의결하면서, 보고서 전체를 비공개 처리했다. 보고서의 요지를 담은 보도 자료도 언론에 배포하지 않기로 했다. 감사 보고서는 통상적으로 감사원 홈페이지에 전문이 공개되고, 국가 안보와 관련된 민감한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부분만 비공개 처리한다.
이번 건과 관련해 감사위원 6인 가운데 절반이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위원들을 주축으로 일부 위원이 비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재해 감사원장도 여기에 동조하면서 4대3으로 비공개가 결정됐다고 한다. 일부 위원은 ‘감사 보고서가 남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보고서를 폐기할 것을 주장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정부는 2018년 북한과 9·19 군사 합의를 체결하면서, 남북이 DMZ 안에 있는 GP 가운데 11곳씩을 시범 철수하기로 했다. 그런데 감사원이 조사해 보니,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북 GP가 우리의 2배가 넘기 때문에 남북이 동수(同數)로 철수해서는 안 되고, ▲북한이 동수 철수 후 태도를 바꿔 나머지 GP 철수를 중단하면 남측만 불리한 처지에 놓이며, ▲이로 인해 생기는 경계 작전상의 취약점은 보완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합참 보고를 묵살하고 9·19 합의를 강행했고, 합참도 국방부 지침에 맞춰 GP 철수를 밀어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합참은 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에 ‘남측 GP 11곳을 철수해도 경계 작전상 제한이 없다’고 거짓으로 보고해 GP 철수 허가를 받아내기도 했다.
2018년 말 남북이 각각 GP 11곳의 지상 시설물을 파괴한 뒤 실시한 현장 조사에서 합참은 북한 GP 핵심인 지하 시설이 파괴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합참은 검증 결과를 조작해 ‘북한 GP 불능화가 달성’된 것처럼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