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앞에서 류삼영 서울 동작을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연일 총선 유세에서 “대한민국이 (윤석열 정부 이후) 1년 10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북한보다 못한 200대 무역 적자국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1~3월)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90억달러 흑자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출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흑자 규모는 작년 연간으로 따져도 세계 6위에 해당할 만큼 큰 금액이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작년 상반기에 적자를 기록했다가 6월부터 지난 3월까지 10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 대표의 주장은 무역수지가 적자였던 작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작년 연간으로 비교할 경우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100억500만달러 적자로 세계 208국 중 172위다. 2022년 연간으로는 197위(-477억8600만달러)였다. 북한의 무역수지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7억3300만달러, -21억7600만달러로 모두 적자였다. 무역 규모가 워낙 적기 때문에 적자 폭도 작아서 순위도 87위, 119위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무역수지 흑자 순위로 한 나라의 수출 등 거시 경제 전반을 판단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무역 규모가 큰 나라일수록 흑자나 적자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은 무역수지 순위로 따지면 작년 1조645억58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208국 중 압도적인 꼴찌였다. 영국(206위), 프랑스(205위), 일본(202위), 캐나다(187위) 등도 순위가 아래쪽이었다. 이 대표 주장대로라면 G7(주요 7국) 선진국들이 모두 북한보다 못한 나라들이 되는 것이다.

북한은 경제 규모가 우리나라의 60분의 1밖에 안 되는 나라다. 무역 규모는 우리의 400분의 1도 안 된다. 세계 10대 경제국인 우리나라는 북한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양을 수출입하는 만큼 경기 상황에 따라 무역수지가 큰 폭의 흑자나 적자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한 경제 분야 전문가는 “삼성, 현대, LG같은 대기업이 일시적으로 적자를 냈다고 해서 중소기업보다 못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특수한 상황에서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 생기는 일시적 현상을 경제력으로 호도하는 것은 잘못된 흑색선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