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보>(146~165)=바둑이 끝나고 되돌아보면 모든 수의 공과(功過)가 드러난다. 특히 패배에 직결된 문제수는 패착이란 이름으로 단죄(斷罪) 된다. 패착은 종국(終局)이 가까운 시점에 등장하는 빈도가 높다. 대국자들이 시간에 쫓길 경우 패착의 출현 확률은 더 높아진다. 이 바둑도 그런 조건들을 두루 갖춘 채 종반 마무리에 들어섰다.
흑이 ▲로 젖혀온 장면. 146으로 먼저 단수치고 148에 막은 수순이 정확했다. 단순히 참고 1도 1은 11까지 흑이 선수로 중앙을 챙기고 실전보 153을 차지해 역전이다. 149까지 결국 패가 됐는데 뒤이어 151이란 패착이 등장했다. 참고 2도처럼 좌상을 정리한 뒤 패에 승부를 걸었으면 아직 형세 불명이었다.
152는 마지막 초읽기에 몰리면서 둔 수. 153으로 참고 3도 1~5의 저항도 안 통한다. 흑도 157부터 마지막 초읽기 속에서 몸부림쳤지만 168에 이르러 거대한 중앙과 좌변 흑말이 몽땅 잡혔다. 창졸간의 대형 사고였다. 대세가 결정됐음에도 조한승은 미련을 못 떨치고 최후의 반격을 엿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