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상정한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의 첫 번째 안건은 검수완박 법안이 아니라 회기 종료에 관한 건이었다. 민주당이 ‘정의당 변수’로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에 필요한 180석 확보가 여의치 않자 회기 쪼개기를 택한 것이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국회 171석을 가진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키고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24시간이 걸리는 강제 종료 표결과, 최소 사흘 이상이 필요한 회기 쪼개기다.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를 요청할 경우 국회법에 따라 24시간이 지난 뒤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 있지만 재적 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이 동의해야 의결된다.

민주당과 정의당(6석), 친여 성향 무소속 의원(4~5석)을 합하면 180석이 넘긴 한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는 “정의당이 검찰 개혁엔 찬성해도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끝내는 데는 확실한 찬성이 아니었다”며 “강제 종료 투표는 ‘무기명 투표’라 내부 반란표가 나올지 모른다는 점도 위험 요소였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은 이날 회기를 종료시키고 가장 빨리 다음 회기를 열 수 있는 30일에 다시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회기가 종료되면 필리버스터도 자동으로 종료되고 같은 법안에 대해 두 번 필리버스터는 할 수 없도록 한 국회법 규정을 활용한 것이다.

실제로 정의당은 이날 회기 쪼개기 안건을 처리할 때 소속 의원 6명 중 2명만 찬성했고, 1명은 불참, 3명은 기권했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필리버스터는 소수 정당의 반론권을 보장하는 것인데 이걸 강제로 종료시키는 중단 표결은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회기 종료 방식으로 우회해서 하는 것도 변칙적인 것이기에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의원들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강제 종료 표결뿐 아니라 회기 쪼개기 역시 필리버스터 제도 취지를 훼손하는 부분이 있다고 본 의원들이 기권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 원내대표는 검수완박 법안 자체에 대한 찬반 투표에 대해서는 “어제 의원총회를 통해 다시 한번 찬성 입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오는 30일 열릴 예정인 본회의에서는 법안 통과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