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행사(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2)에서 한국의 반도체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층인 238단으로 쌓은 낸드플래시 신제품을 선보였고, 20년 연속 낸드 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차세대 기술을 내놓으며 주목받았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 파두(FADU)는 미국·일본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들 사이에서 스타트업으론 유일하게 첫날 기조연설 무대에 섰다. 반도체 수요 전망이 불투명한 ‘반도체 겨울’에 한국 기업들이 신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SK, 세계 최고층 238단 공개

SK하이닉스는 2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개막한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2′에서 세계 최고층인 238단 낸드플래시 반도체(512Gb)를 공개했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PC·서버(대용량 컴퓨터) 등 전자기기에 탑재되는 데이터 저장용 반도체로, 고용량을 구현하기 위해 데이터 저장 공간을 마치 아파트처럼 높게 쌓는 것이 기술력의 한 척도로 평가받는다. 지금까지 최고층은 미국 마이크론이 지난달 양산(量産)을 시작한 232단이었다.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최정달 SK하이닉스 부사장은 행사 기조연설에서 “이번 238단은 원가·성능·품질 측면에서 글로벌 톱클래스의 경쟁력을 갖췄다”며 “최고층이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로 구현해 이전 세대 제품(176단)보다 생산성이 34% 높아졌다”고 했다. 내년 상반기 중 양산 계획이다.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작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한 176단이 최신 제품이다.

◇팹리스 스타트업은 기조연설

낸드 시장에서 20년간 정상을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날 행사에서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삼성이 선보인 것은 데이터를 더 많이 저장하고, 더 빨리 처리하며, 더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테라바이트(TB)급인 서버용 저장 공간을 페타바이트(PB·1PB는 1024TB)급으로 키우고, 일반 SSD(대용량 저장 공간) 대비 데이터를 20배까지 빨리 처리하며, 이상 상황을 사전에 감지해 안정적인 서버 운영이 가능한 기술이다. 최진혁 삼성전자 부사장은 “AI(인공지능), 메타버스, 미래차 등 서비스 확대로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산업 지형이 데이터 중심으로 변하는 ‘데이터 중력(Data Gravity)’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신기술 필요성을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도 낸드 시장에서 35.5%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일본 키옥시아(19%), SK하이닉스(18.1%), 미국 웨스턴디지털(12.2%)과 마이크론(11.3%) 순이다.

국내 첫 반도체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이 유력한 팹리스 스타트업 파두의 이지효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데이터센터 SSD의 과제와 미래’라는 주제로 기조연설 무대에 올랐다. 파두는 이날 7개의 기조연설 가운데 유일한 스타트업으로, 빅테크 기업 메타 관계자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 2015년 창업한 파두는 인텔 등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SK하이닉스와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등을 잇따라 고객사로 확보한 기술 스타트업이다. 이 대표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고객들과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회사 위상이 한 단계 올라가는 계기가 될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