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한 달 전 8종목 주식의 매물이 쏟아져서 주가가 반 토막 났다. 차액결제거래(CFD)라는 위험한 방법으로 큰돈을 벌려던 불법 투자 클럽 회원들이 쪽박을 찼다. 제아무리 작전을 잘 짜도 매물 폭탄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미국의 도금 시대(Gilded Age) 즉,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썩었던 시대에 횡행한 사건들의 결론이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 재벌 코널리우스 밴더빌트가 물동량의 폭발적 증가를 예상하고 철도 사업에 뛰어들었다. 동북부 세 철도망을 독점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려면 이리호에서 맨해튼까지 이어지는 철도망을 가진 이리철도회사를 은밀히 인수해야 했다. 대니얼 드루라는 사람이 그 낌새를 챘다.

드루는 원래 가축 상인이었다. 소에게 소금을 먹여 물을 들이켜게 해서 체중을 늘리는 방법으로 부당 이익을 챙겼다. 그 돈으로 이리철도회사 경영권을 선점한 뒤 주식에도 물타기를 적용했다. 경영권을 탐내는 밴더빌트가 죽도록 주식을 사들일 것을 예상하고 몰래 무상증자를 한 것이다.

밴더빌트는 주식 매수를, 드루는 물타기 증자를 은밀히, 끝없이 반복했다. 이를 ‘이리 전쟁’이라고 한다. 그 전쟁은 밴더빌트가 거액을 손해 본 후 추가 매수를 포기하면서 끝났다. 매물 폭탄 앞에서는 재벌도 별수 없었다.

드루의 기쁨은 잠깐이었다. 물타기 동업자 짐 피스크의 배신으로 회사를 잃었다. 피스크가 배신한 것은 금에 투자해서 더 큰돈을 벌려고 했기 때문이다. 피스크는 투자 클럽을 만들어 몰래 금을 매집했는데, 작전 세력의 매수 주문을 관리하던 또 다른 친구가 한쪽에서 몰래 금을 팔아 자기 이익만 따로 챙겼다. 하필 그때 정부도 금을 풀었다. 금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금값은 폭락하고, 이는 주식시장 붕괴로 이어졌다. 1869년 9월의 그 사건을 ‘검은 금요일’이라 부른다. 돈을 보고 뭉친 불법 모임에서 의리란 있을 수 없다. 배신과 의심과 원망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미국이든 한국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