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제73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업무 지시에 대해 ‘왜요?’ ‘제가요?’ ‘지금요?’라고 되묻는 경향이 많다고 들었는데, 한은에서 이런 질문을 더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한국은행 창립 73주년 기념사에서 이런 내용의 신(新)조직론·신인재론을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지난 수십 년간 최고 수준의 인재를 손쉽게 불러 모을 수 있었으나, 민간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수 인재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운을 떼고 “우리의 급여와 복지 수준이 이들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한은 신입 행원 63명 가운데 오랫동안 한은의 주류였던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은 2명에 그쳤다. 과거엔 한은이 ‘최고 인재’가 모여드는 곳이었지만, 명예보다는 조건을 중시하는 요즘 젊은 층에겐 한은보다 연봉이 높은 민간 금융회사들이 더 인기 있는 직장이 된 것이다. 젊은 한은 행원들 사이에서는 연봉 인상 요구가 많은데, 이 총재가 공식적으로 그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한은 임직원들의 급여는 한은법에 따라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을 받게 돼 있다.

이 총재는 “명문대 졸업장 하나가 뛰어남을 인증하는 시대는 지났다. 우수한 인재를 뽑는 노력 이상으로 들어온 직원을 최고 수준 전문가로 양성해야 한다”며 “업무 관련 지식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각자가 자기 계발을 통해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조직이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우수한 인재여야 한은에 들어간다는 과거 평판에서 벗어나, 이제는 한은에서 10년 동안 훈련받은 직원이라면 믿고 스카우트하고 싶다는 말이 정착되도록 노력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20년 차 통화정책국 팀장이 블룸버그 한국지사의 이코노미스트로 이직한 것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사석에서 “매우 잘된 일”이라며 “이런 사례가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소수에게 권한과 책임이 집중되고 총재만이 한은을 대표해왔던 과거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수평적 조직 문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왜요?’ ‘제가요?’ ‘지금요?’ 등 요즘 자주 거론되는 MZ세대의 이른바 ‘3요’에 대해 “한은에서 이런 질문을 더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3요 질문에 대한 답도 내놓았다. “왜요?-변화가 필요하니까” “제가요?-변화의 필요성을 가장 잘 느끼는 세대니까” “지금요?-지금 변하지 않으면 뒤처지니까”라는 것이다.

그는 “한은이 과거 (절간처럼 조용하다고 해서 붙여진) ‘한은사(寺)’ 이미지에서 벗어나 ‘시끄러운 한은’을 향한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더 많이 토론하고 외부와 소통할 것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