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5일 국정기획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에 더불어민주당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을 임명했다. 조기 대선으로 새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가동 없이 바로 출범한 상황에서 국정기획위는 인수위 역할을 하게 된다. 국정기획위는 이르면 12일에 출범한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유력 검토하는 등 조각(組閣)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정기획위 구성을 발표하고 “국정기획위는 인사 검증을 제외한 정부 조직 개편, 국정 과제를 정리하는 인수위원회 개념의 조직”이라고 했다. 국정기획위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할 정책 과제를 추리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을 한다. 임기 5년간 추진할 국정 과제 로드맵도 만든다. 이한주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에서 경제1분과 위원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위원회 이름에서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자문’을 빼면서 이 위원장 역할이 향후 자문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정기획위에선 정부 조직 개편도 논의한다.
이 위원장은 이 대통령과 ‘40년 지기’다. 1986년 경기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하다 사법시험 준비생인 이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이 대통령보다 일곱 살 많은 그는 줄곧 멘토 역할을 했다. 성남시장 시절 ‘3대 무상 복지(무상 교복·청년 배당·산후조리원)’를 설계한 이가 이 위원장이었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할 때는 경기연구원장을, 민주당 당대표를 할 때는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정책 보좌를 했다. 이번 대선 캠페인 때도 선거대책위 정책본부장을 맡았다.
대통령실 정책실장 후보로는 관료 출신으로 민간 기업에서 활동하는 인사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전 기재부 1차관, KDB대우증권 출신인 홍성국 전 의원 등도 거론된다. 경제부총리에는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과 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대통령실 경제수석에는 이억원 전 기재부 1차관이 거론된다.
이재명 정부의 첫 행정안전부 장관에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유력 검토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에선 현재 교육부 장관이 겸직하는 사회부총리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김 전 지사는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해 이 대통령과 경쟁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경쟁자를 부총리로 임명해 비명계 포용 등 통합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국방부 장관에는 5선 중진 안규백 의원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이 후보로 떠올랐다. 김 총장은 12·3 비상계엄으로 국회에 투입된 군인들이 국회 본관에 진입하려 하자 “누구 명령을 받았나. 들어가면 안 된다”며 막아섰다. 두 사람 모두 직업 군인 출신이 아니지만 김 총장은 육군 중위로 군 복무를 마쳤다. 이 대통령은 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군을 지휘한 것과 관련해 ‘국방 장관 문민화’를 공약한 바 있다.
통일부 장관에는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이 하마평에 올랐다. 양 총장은 2000년 통일부에 특별 채용돼 남북 정상회담 수행원으로 활동했고 박재규 통일부 장관의 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정동영 의원과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도 후보로 거론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신설될 기후에너지부 장관에는 김성환·이소영 의원 등이 거론된다. 현재 기후 정책은 환경부, 에너지 정책은 산업부에서 다루는데 이 대통령은 이를 기후에너지부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통령실 정무수석에는 우상호 전 의원이 검토되고 있다. 4선 의원 출신인 우 전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