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웅 동국대 총장은 “120년 역사에 걸맞은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발로 뛰고, 미래를 위한 개혁의 씨앗을 심겠다”고 말했다. /전기병 기자

“국내 최대 불교 종립(宗立) 대학인 동국대가 120년 역사에 걸맞은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발로 뛰려 합니다. 수도권 대학 인수·합병(M&A) 등으로 대학 재정을 확충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 육성에 집중 투자할 생각입니다.”

올 3월 취임한 윤재웅 동국대 총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를 통해 “임기 중 동국대 개교 120주년(2026년)을 맞이한다”며 이 같이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학령인구 감소, 10여 년간 이어진 교육부의 학부 등록금 동결 기조 등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도 존속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대비해 임기 중 재정 확충, 인프라 개선, 이공계 집중 투자라는 세 가지 목표를 집중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과감한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수도권 대학 M&A를 적극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수도권 대학 입학 정원 규제를 확 풀지 않고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는 가운데, 대학이 우수 인재를 추가 확보하고 재정 규모를 확충할 돌파구는 M&A라고 보는 것이다.

윤 총장은 “정부가 입학 정원 3000명 이상인 학교를 통상 ‘대형 대학’으로 분류하고 지원하는데, 동국대 정원이 2778명”이라며 “입학 정원 1000명 이하인 경쟁력 있는 수도권 대학과 힘을 합쳐 재정 규모를 현행 2500억원에서 4000억원 수준으로 늘리고 싶다”고 했다. 교육부 역시 정원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대학을 위해 일부 학과 M&A 등 다양한 형태의 M&A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확보한 재정은 이공계 및 융합형 인재 양성에 집중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윤 총장은 “동국대 국어국문과 81학번 출신으로 20년간 국어교육과에 몸담아왔지만 이런 내가 보기에도 21세기 현대사회는 ‘공학’이 움직인다”며 “임기 내 이공계 육성을 위한 집중 투자 프로젝트를 단행할 것”이라고 했다. 세계 상위 1% 실적을 가진 최상위 연구자 확보에 주력하고, 이들이 다시 학생을 교육하고 양질의 연구 실적을 거두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취지다.

전공 간 벽도 허문다. 그는 “이 시대 학생들은 생각에 장벽이 없는 ‘융합형 인재’가 돼야 한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필요한 내용을 학습해 제2, 제3 전공까지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학생 맞춤형 다전공 제도’를 시행 중”이라고 했다.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학생이 단과대 장벽을 넘어 경영학은 물론, 공대 데이터사이언스를 전공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인문·사회·예술 계열 학생도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교양 과목을 수준별로 6~9학점 필수 이수하도록 했다. “전 학부 학생들이 전공과 무관하게 국어 과목을 필수 교양으로 수강하듯, 이제는 AI와 SW도 모든 학생이 기본은 배워야 한다”고 했다.

캠퍼스 고도 제한 규제 완화는 숙원 사업 중 하나다. 현재 동국대가 처한 교육·연구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남산에 있는 동국대는 관련 법령에 따라 건축물 높이를 12m(최고 고도 기준) 이상 높일 수 없어, 학내 건물 증·개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 총장은 “정부가 대학의 위기를 인식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개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며 “지금이 ‘시절인연(모든 사물의 현상이 시기가 돼야 일어난다는 말을 가리키는 불교 용어)’이라고 믿고 동국대 미래를 위한 개혁의 씨앗을 심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