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가 31일 1심에서 일부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법정 구속되지는 않았다.
이 사건은 지난 대선 기간인 2021년 9월 조성은씨의 제보를 받은 한 인터넷 매체의 보도로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자신과 아내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유시민씨,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고발해 달라고 김웅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사주했다는 의혹이었다.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기획관이 손준성 검사장이었다. 제보자 조씨는 김웅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받은 고발장 파일을 제시했고 그 파일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시민 단체가 윤 대통령 등을 고발했는데 공수처는 손 검사장만 기소하는 걸로 결론 냈다. 김 의원은 검찰에 이첩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는 “김 의원이 2020년 4월 3일 자인 ‘1차 고발장’과 4월 8일 자인 ‘2차 고발장’을 받았는데 모두 손 검사장이 직접 텔레그램을 통해 김 의원에게 전송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손준성 보냄’ 표시가 나온 점, 손 검사장 텔레그램이 해킹당한 적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1차 고발장은 유시민·최강욱·황희석씨 등에 대한 것인데, MBC의 이른바 ‘검언 유착’ 허위 보도에 제보자로 등장한 지모씨의 실명(實名) 판결문이 첨부됐다. 또 2차 고발장은 최강욱씨가 조국 전 법무 장관 아들이 자신의 법률 사무소에서 인턴으로 일하지 않았는데도 인턴 활동을 했다며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에 대한 것이었다.
공수처는 손 검사장에 대해 4·15 총선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선거법 위반)와 공무상 비밀 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선거법 위반은 모두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발장이 선거일까지 수사 기관에 접수되지 않았고 고발장 전달만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손 검사장에게 선거법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해 사안이 엄중하고 죄책이 무겁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차 고발장 일부 내용과 첨부된 실명 판결문 등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판결문에 나오는 실명, 주민등록번호, 과거 주소지, 처벌 내용 등은 공무상 비밀이며 개인 정보인데 손 검사장이 이를 김 의원에게 누설했다”는 것이다. 다만, 2차 고발장과 관련된 혐의는 언론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내용이라며 공무상 비밀 누설을 무죄로 봤다.
앞서 2021년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질 당시 민주당은 ‘윤석열 게이트’로 몰아갔다. 공수처는 시민 단체 고발 사흘 만에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손 검사장과 김 의원에 대해 압수 수색을 벌였다. 이후 공수처가 손 검사장을 상대로 체포 영장을 한 차례, 구속 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또 김 의원에 대한 공수처의 압수 수색이 위법했다는 대법원 판단도 나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대검 수사정보기획관실에 근무했던 검사 3명은 무혐의 처분했다.
이날 재판부는 손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직업, 사회적 유대 관계, 재판 출석 상황 등에 비추어 도주할 염려가 없고 주요 증거에 대한 조사가 완료돼 증거인멸 염려도 없다”며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손 검사장은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사실관계와 법률관계 판단 모두 수긍할 수 없다”면서 “항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 사건은 공수처가 2021년 1월 출범한 이후 직접 기소한 3건 중에 유일하게 유죄가 나온 사례다.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 수수 혐의 사건은 1심과 2심 모두 무죄가 됐고, 윤모 전 부산지검 검사의 수사 기록 위조 혐의 사건도 1심에서 무죄가 나온 뒤 2심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