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ain’t Texas/Ain’t no hold ‘em(여긴 텍사스가 아니야. 그건 홀덤(포커게임 일종)도 아니야)~.”
11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수퍼볼 현장. 전광판 화면에 카우보이 모자 차림의 팝가수 비욘세가 나타나 밴조(미국 컨트리 음악에 자주 쓰이는 기타 모양의 현악기) 소리에 맞춰 화음을 쌓자 객석에선 환호가 쏟아졌다. 알앤비의 여왕으로 꼽히는 비욘세가 컨트리 장르를 접목한 두 신곡, ‘Texas Hold ’em’과 ‘16 carriages’를 최초로 깜짝 공개한 것이다. 직후 비욘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두 곡이 오는 3월 29일 발매될 자신의 8집 ‘RENAISSANCE Act 2′에 수록된다고 밝혔다. 이 앨범은 비욘세가 자신의 인종적·음악적 뿌리를 담겠다고 예고해 온 음악 3부작의 2편 격이다. 컨트리의 본고장인 텍사스 출신이긴 하지만 흑인 인권 운동에 참여해왔던 비욘세가 백인 음악의 전형으로 꼽히는 컨트리 장르를 자기 정체성을 담는 주제로 고른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컨트리가 똑똑한 비욘세를 입었다”는 평을 내놨다.
대중음악계에선 비욘세의 신곡을 신호탄으로 올해 ‘미국 내 컨트리 장르 크로스오버 대전’이 열릴 거란 관측이 나온다. 비욘세의 앨범 발매 시기 전후로 컨트리 장르에 출사표를 던진 미국 팝스타들의 신곡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래퍼이자 싱어송라이터인 포스트말론은 주로 힙합을 뼈대로 한 음악을 해왔지만, 오는 3월 29일 컨트리 가수 하디·모건 월렌과 함께 리메이크곡 ‘Pick-up Man’을 발매한다. 2020년 별세한 인기 컨트리 가수 ‘조 디피’를 추모하는 곡이다. 팝스타 라나 델 레이는 오는 9월 발매할 10집 ‘Lasso’의 대주제가 컨트리 장르라고 밝혔다. 그래미에서 최고 영예상인 ‘올해의 앨범상’(2019년)을 탔던 컨트리 싱어송라이터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는 3월 발매할 6집 중 팝적인 요소가 두드러지는 타이틀곡을 최근 선공개했다. 그래미 시상식장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가장 많이 받은 가수 기록(4회)을 세우던 순간 오는 4월 새 앨범 발매를 예고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도 음악적 뿌리는 컨트리 장르다.
미국 수퍼스타들이 컨트리 장르 음악으로 신곡을 내는 현상은 최근 ‘백인 우월주의’ ‘총기 옹호’ ‘촌스러운 음악’ 등 컨트리 장르가 가졌던 부정적 이미지가 온라인 ‘밈(Meme)’처럼 유쾌하게 전환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김도헌 평론가는 “트럼프주의 등장 이후 미국은 계속 사회·정치적으로 분열된 분위기를 이어왔다. 반면 컨트리는 본질적으로 ‘하나의 미국’ 뿌리를 강조하고, 목가적이고 진솔한 가사를 중시하는 장르다. 가수들에겐 현 상황을 비꼬든 옹호하든 양쪽 다 노래하기에 좋은 도구일 수 있다”고 했다.
박준흠 평론가는 “컨트리는 ‘미국의 트로트’ 같은 장르다. 상대적으로 나이든 애호가가 많지만, 젊은 층도 모를 수는 없는 미국인 DNA에 박힌 곡이다. 세대 확장성이 좋아 차트 성적에도 유리하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16주 연속 1위를 기록한 모건 월렌의 곡 ‘Last Night’를 비롯해 루크 콤스의 ‘Fast car(2위)’, 제이슨 알딘의 ‘Tray That In A Small Town(1위)’ 등 빌보드 핫100에선 최근 1년간 컨트리 장르가 크게 선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