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제주시 연동 광주고등검찰청 산하 제주4·3 직권재심 합동수행단 사무실 앞에서 강종헌 단장 등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23.7.14./뉴스1

지난 3일 제주도에서는 ‘제주 4·3 사건 76주기 추념식’이 열렸다. 여야(與野) 정치인들이 참석했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보이지 않았다. 한동훈 위원장은 대신 충청과 강원, 경기도 지역을 돌면서 총선 지원 유세를 했다.

이날 4·3 추념식에 참석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된 국민의힘 의원의 4·3 관련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은 여전히 4·3 사건을 폄훼하고 있다”면서 “유족과 피해자들을 고통 속으로 다시 밀어넣는 행위”라고 했다.

4·3 사건의 피해 회복 노력은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됐다. 격변기 좌우 이념 갈등 속에서 부당하게 희생된 제주도민에 대한 경제적·법적 구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점차 확산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그런 흐름이 이어졌고 한 위원장이 그 중심에 있었다.

한 위원장은 법무장관으로 재직하던 2022년 8월 4·3 사건으로 처벌받은 사람들이 검찰의 재심 청구로 무죄를 받을 길을 넓혔다. 당시 4·3 특별법에는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군법회의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람들에 대한 재심 청구만 법무장관에게 권고할 수 있게 돼 있었다. 그런데 한 위원장이 일반 법원에서 나온 4·3 유죄판결에도 재심을 적극적으로 청구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우파 진영 일각에서는 불만이 제기됐지만 한 위원장은 “상식과 정의를 기준으로 억울함을 해소하고자 했고 진영 논리나 정치 논리가 설 자리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4·3 특별법 개정안도 여야 의원 다수가 찬성해 통과됐다. 일반 법원의 4·3 유죄판결에 대해서도 위원회가 법무장관에게 재심 청구를 권고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재명 대표는 “4·3 학살의 후예라 할 수 있는 정치 집단이 바로 국민의힘”이라고 했다. 하지만 4·3 사건 희생자 명예 회복은 보수와 진보가 서로 맞서야 할 사안이 아니다. 이재명식의 ‘단선적 역사관’은 갈등과 대립만 불러일으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