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통해 강인해져라. 무엇이든 반드시 해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져라. 조건이 나쁘다고 불평하거나 징징거릴 게 아니라, 어서 이겨내려고 노력해라. 이게 2000년간 나라 없이 떠돌던 이스라엘이 오늘날 스타트업 천국이 된 비결이다.”
지난 18일 폐막한 제1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나프탈리 베네트(51) 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제국이 된 비밀’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베네트 전 총리는 직업군인을 꿈꾸다 IT 회사를 창업해 운영한 기업인 출신이다. 스타트업 천국인 이스라엘에서도 기업인 출신 정치인은 많지 않다. 이스라엘의 역대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가 야당 대표이던 시절 그의 비서실장으로서 정계에 입문했다. 2013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경제부·교육부·국방부 장관 등을 역임하고 2021~2022년 총리로 재임했다.
이번 ALC 참석을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베네트 전 총리는 “한국은 삼성, LG 같은 유수 대기업을 보유한 나라”라면서 “이스라엘에는 대기업은 많지 않지만, 수천개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인구 1인당 유니콘 기업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이스라엘”이라고 소개했다.
◇”성공 확률은 1000대1… 그래도 ‘반드시 해낸다’는 각오가 중요”
이스라엘이 모병제 국가인 만큼, 그 역시 군 복무 경험이 있다. 한때 직업군인이 되려 했었다는 그는 군대에서의 일화를 들려줬다. “건물 내부에 인질로 잡힌 아군을 구출하는 작전을 수행한다. 적군은 총으로 쏘고 아군은 살려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현장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그런데 문이 잠겨 있으면? 창문을 깨야 한다. 창문으로도 못 들어가면? 천장에 구멍을 뚫어서라도 들어가야 한다. 방법이 무엇이건 간에 반드시 해내는 문화, 이게 첨단 산업에서 매우 도움이 된다.”
그는 “스타트업은 과거에 불가능했던 것을 해내는 곳”이라며 “성공 확률은 1000대1쯤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것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와 믿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대 후 회사를 처음 차렸을 때 그 역시 1000만달러를 투자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3~4번째 시도 후에야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 정치도 마찬가지.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고 대표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1000만표 중 딱 1800표가 부족했기에 6일에 걸쳐 재검표를 해봤지만 역시나 결과는 낙선. 하지만 꺾이지 않았다. “1년 뒤 나는 국방장관이 됐고, 의회에 진출한 뒤 총리까지 올랐다. 실패가 있다고 해서 당신이 실패한 사람은 아니다. 실패란 내 밖에 존재하는 객관적인 사실일 뿐, 그 때문에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게 그가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유대인 특유의 잡초 같은 생명력도 스타트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인들은 2000년간 모로코, 폴란드, 이라크 등을 떠돌며 나라 없이 살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결코 절망하지 않는 낙관적인 마음을 가졌다”고 했다. “처참한 조건에서도 피해의식을 갖고 불평불만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구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정치가 기업 발목 잡지 말아야
정계 입문 직전 그는 1999년 미국으로 건너가 소프트웨어 회사인 ‘사이요타’를 창업, 2005년엔 이 회사를 1억4500만달러(약 1925억원)에 매각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이스라엘 클라우드 컴퓨팅 스타트업인 ‘솔루토’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기도 했다.
베네트 전 총리는 “이스라엘이 세계적 스타트업 천국이 된 비결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특별히 똑똑해서가 아니다”라고 했다. “때로 ‘미친 짓’으로 보일지라도 일단 시도해보는 무모함, 도전 정신이 더 중요합니다.”
정치를 할 사람은 기업을 운영해보는 경험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국가의 바탕은 경제고, 경제의 바탕은 기업이다. 정치인이라면 자신이 하는 행동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정치인이 되기 전에 기업 경영을 해보길 권하는 이유”라며 “정치가 기업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