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시 강서구에 있는 한국공항공사 항공교육훈련센터에서 본지 김아사 기자가 소형 제트기 내부를 그대로 재현한 ‘모의비행장치’에서 운전 훈련 체험을 하고 있다. 공사는 내년부터 실제 항공사가 운항하는 기종을 재현한 모의비행장치를 도입해 조종사를 훈련할 예정이다. /김지호 기자

코로나로 주춤했던 여행 수요 등이 본격 회복되면서 항공 업계에 조종사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천공항 국제선 여객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화물 취급량도 치솟자 항공사들이 대규모 채용에 나선 것이다. 비행 훈련 기관도 덩달아 바빠졌다. 김포공항에 항공교육훈련센터를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그동안 해외 업체에 의존해 온 조종사 훈련 과정을 ‘국산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예산 반영을 마쳤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11개 국적 항공사가 신규 채용한 조종사는 537명으로 작년 한 해 조종사 채용 규모(498명)를 넘어섰다. 대한항공이 119명을 채용했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에 따라 유럽 노선 4개를 넘겨받은 티웨이항공이 114명의 신규 조종사를 영입했다. 이어 이스타항공 79명, 진에어 68명, 에어부산 39명, 제주항공·에어로케이가 각각 37명, 에어프레미아가 26명을 채용했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해외를 향하는 국내 여행객, 한류 등으로 국내를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조종사 채용 규모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실제 올해 1~9월 인천공항에 운항한 항공편은 코로나 이전을 뛰어넘은 30만3751편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조종사 채용 규모가 늘자, 해외 업체에 의존해 온 조종사 훈련 과정도 바뀌고 있다. 항공기 조종사들은 본인이 운항하는 항공기 기종과 관련한 정기 훈련을 매년 2회씩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 훈련을 위해선 항공기와 똑같이 제작된 ‘모의 비행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비만 수백억 원대에 달해 국내에서 이 훈련 시설을 갖춘 항공사는 대한항공 계열과 제주항공 뿐이다. 한국은 미국(9곳)과 함께 LCC(저비용 항공사) 사업자 수가 가장 많은 국가인데, LCC 등에 속한 조종사 2000여 명이 캐나다 업체인 CAE를 통해 국내나 해외에서 교육을 받아왔다. 한 LCC 부기장은 “스케줄이 맞지 않으면 훈련을 위해 칠레까지 가야 하는 경우도 있어 불편했다”고 했다. CAE는 한국 조종사 교육으로만 지난해 200억원의 매출을 국내에서 올렸다.

이런 상황은 이르면 내년부터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공항공사가 조종사를 훈련하는 ‘기종 전환 과정(기종별 훈련 과정)’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장비 1대분인 200억원의 예산 반영을 마쳤기 때문이다. 향후 5대를 운영할 계획으로, 관련 예산은 1000억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현재 제작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 중으로, 올해 말 구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며 “1년 정도 장비 제작 기간을 거친 후 내년 말 훈련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모의 비행 장치는 기체가 상하좌우로 움직이기 때문에 실제와 유사한 비행이 가능하고 엔진 고장이나 화재 등에 대한 대비 연습도 할 수 있다.

이 장비를 이용하는 조종사는 1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비 1대당 수업료로만 30억원을 절감할 수 있어 5대를 운영하면 연간 150억원을 아낄 수 있다는 게 공사 설명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2017년부터 7년간 항공교육훈련센터를 운영하며 조종사 면허를 취득한 이들을 대상으로 항공사 입사 전 훈련 과정을 운영 중이다. 김문환 항공교육센터 센터장은 “그간 교육 과정을 통해 1000명의 수료생을 배출하며 현직 조종사 훈련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국내 조종사뿐 아니라 해외 항공사 조종사 교육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