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창원NC파크 복귀전을 앞두고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고로 멈췄던 야구장이 62일 만에 다시 문을 연 날, 구단은 동시에 그곳을 떠날 수 있다는 ‘폭탄 선언’을 꺼내 들었다.

당황스러운 수순이었다. 프로야구 44년 역사에 연고지를 옮긴 사례는 두 번뿐. OB(대전→서울), 현대(인천→수원)뿐이었다. NC는 왜 지금 ‘출가 선언’을 했을까.

'구조물 추락 사망 사고' 이후 창원 NC파크 경기장 외벽 루버가 철거된 모습.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표면적 계기는 경기장 내 구조물 낙하 사고 수습 과정에서 보인 창원시의 ‘무성의’다. 지난 3월, 루버(차양재)가 떨어져 관중 한 명이 사망했고, 창원NC파크는 즉각 폐쇄됐다. 구단은 60일 넘는 공백기에 약 40억원 손실을 입었고, 시즌 내 복귀가 불발될 경우 100억대 적자를 각오해야 했다. NC는 이 과정에서 창원시의 미온적 대응과 책임 회피에 실망했다고 한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생존 위협이었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이 모든 불신은 하루아침에 쌓인 게 아니다. 2011년 창단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원시는 2만5000석 규모 야구장 신축을 약속했고, NC는 그 조건을 믿고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시는 입지 타당성 평가에서 11위였던 진해 육군대학 부지를 일방적으로 추진했고, 교통 접근성과 소유권 문제, 그린벨트 규제까지 얽혀 반발을 샀다. 결국 야구계 전반의 압박 끝에 부지는 마산종합운동장으로 변경됐다.

믿음은 이때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당초 시가 건설비를 전액 부담하기로 한 데서 말을 바꿔 NC에 100억원을 요구했고, 구단은 선납 형식으로 응했다. 신구장은 3년 늦은 2019년에야 완공됐다. 명칭을 두고도 잡음이 이어졌다. NC가 명명권을 확보했는데도 시는 ‘창원’과 ‘마산’을 병기하라 요구했고, 구단은 ‘창원NC파크 마산구장’이라는 절충안을 받아들였다.

이후에도 갈등은 누적됐다. 주차 공간, 셔틀버스 등 접근성 개선 요청은 수년째 묵살됐고, 구단은 “시가 약속을 반복적으로 어겼다”고 토로했다. 이번 구장 폐쇄 사태를 거치며 구단은 시에 연고지 이전도 고려하겠다며 여러 개선안을 공식 전달했다. 복귀 하루 전날인 5월 29일이었다. 그제야 창원시는 시내버스 노선 신설과 주차 공간 확보를 약속했다. 창원시는 “요구 대부분 예산이 필요한 사안이라 즉각 대응이 어려웠다”며 “NC 개선안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 반응은 엇갈린다. “떠나는 게 낫다”는 이들도 있다. NC 팬 유승준(27)씨는 “창원시가 100% 잘못했다”며 이전을 지지했고, 택시 기사 이모(66)씨는 “야구장이 사라지면 상권도 무너진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NC는 여전히 여지를 남긴다. “결국 남는 건 팬”이라며, 연고지를 옮기더라도 이들과 맺은 관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했다. 15년 동행 균열은 그렇게 드러났다. 갈등은 쌓였고, 감정은 식었다. 남은 건 하나다. 창원시가 이제라도 신뢰를 회복할 의지가 있는가,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