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의 책상 뒤쪽 선반에는 빨간색 복싱 글러브가 눈에 띄게 놓여 있었다. 1977년 타이틀 매치에서 4번 녹다운되고도 세계 챔피언이 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 복서가 지녔던 물건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윤석열 당선인을 인터뷰한 기사가 24일(현지시각) <검사 출신 대통령 윤석렬은 규칙을 따르는 세계를 원한다>는 제목으로 게재되었다./WSJ

24일(현지 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윤 당선인 인터뷰 기사는 이런 묘사로 시작했다.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4전 5기’ 신화로 유명한 복싱 세계 챔피언 출신 홍수환씨로부터 선물 받아 ‘어퍼컷 세리머니’에 사용했던 빨간색 글러브다. 윤 당선인은 인터뷰에서 “그(홍수환)는 다시 일어섰고, 승리할 수 있었다”며 “거기엔 어떤 상징성이 있다. 포기하지 않는 것, 끝까지 계속해서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인터뷰 기사 제목에서 윤 당선인을 “대통령이 된 검사(Prosecutor-Turned-President)”로 표현하며 “검사로서 윤 당선인은 한국 엘리트들이 저지른 부패와 비행(非行)에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또 “그는 삼성의 실질적 수장이 관련된 부패 사건을 포함해 대기업 불법 행위도 찾아냈다”며 “그의 인수위 사무실 책상에는 (삼성 갤럭시 대신 애플의) 아이폰 한 대가 놓여 있었다”고 전했다.

외교 정책과 관련해 윤 당선인은 “미·중 간에 계속되는 긴장은 (한국에) 기회이자 위험”이라며 “(미·중) 양국과 평화, 공영, 공존을 보장할 방법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간 긴장이 한국에 제로섬(zero sum) 문제는 아니라면서도 “우리가 외교 정책에서 모호하거나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거기에도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국 연합체 쿼드(Quad) 워킹그룹 참여를 공약한 윤 당선인은 “한국이 곧 (쿼드 가입) 초청을 받을 것이라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만약 제안을 받는다면 한국은 “긍정적으로 가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대북 정책에 대해 WSJ는 “평화 회담을 우선했던 좌파 성향의 문재인 대통령보다 북한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김씨 정권의 완전한 비핵화를 촉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윤 당선인이 “북한이 군비 축소를 위한 첫 조치를 취하면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인도 지원을 넘어서는 인센티브를 줄 뜻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북한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 조치로 “북한 핵시설에 외부 사찰관을 허용하는 것”을 거론했다. 그는 이런 조치가 이뤄지면 한국이 대북 투자 활성화를 돕고, 기술 관련 핵심 정보 지원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대북 억지력 강화와 관련해 정보 공유 활성화, 더 많은 야외 훈련 실시 등을 지지한다며 “미국과의 핵무기 공유나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고려 중인 옵션(선택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간 대규모 야외 기동 훈련이 올가을이나 내년 봄쯤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며 “어떻게든 이런 연합 실기동 훈련의 재개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나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는 우리 헌법에 포함된 가치들을 옹호하는 것이며, 이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는 것”이라며 “외교 정책이든 국내 정책이든 그것이 한국의 핵심이고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부 역할은 시장이 작동하는 데 개입하거나 지침을 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장이 정확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