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본토를 겨냥한 19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란·이스라엘 충돌이 중동 지역의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해왔던 미국은 그동안 오랜 동맹인 이스라엘에 “어떤 반격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럼에도 이날 이스라엘이 결국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고 알려지자 미국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을 막기 위한 ‘상황 관리’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민간인 보호를 위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백악관·국방부 등 미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알려진 직후 별도 성명이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앞서 지난 13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했을 당시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해 참모들과 이란 공습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을 공개한 것과 대조됐다. 그만큼 이란 본토 피해 파악 및 이스라엘의 대응 수위 조율 등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미 언론들은 익명의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 정부가 이번 공격에 개입하거나 지지 의사를 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NBC에 “이스라엘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지만, 미국은 대(對)이란 공격 작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이스라엘 방어를 위해 탄도미사일 방어용 구축함을 중동 지역에 배치하면서도 이스라엘 측엔 “어떤 반격도 반대한다”고 경고했었다.

앞서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8 이란의 무인기(드론)와 철강 산업을 겨냥해 개인 16명, 기업 2곳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달 초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이란 영사관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며 지난 13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다수의 무장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미 정부 제재 대상에 오른 개인·기업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당시 사용한 샤헤드 드론에 쓰인 부품 등을 공급했다고 알려졌다. 이란 최대 철강회사인 후제스탄 철강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기업 4개, 이란 혁명수비대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는 자동차 회사 바흐만그룹의 자회사 3곳 등도 신규 제재 대상에 올랐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이번 조치가 이스라엘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이란의 드론 프로그램을 방해하게 될 전망”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국 이날 이스라엘 또한 이란 본토에 대한 보복에 나서면서 무력 충돌 대신 경제 제재라는 ‘도구’를 우선 쓰려던 미국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생겼다. 아울러 미국 내 이슬람 유권자들 중심으로 이스라엘도 제재하라는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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